기업 99% 중소·중견인데…영업익 6할은 대기업 몫

[코로나가 안겨준 숙제 '양극화']
홍남기 "그레이트 디바이드 '전조' 나타날 수도"
코로나 여파에 양극화 ↑…생산·회복 격차 커져
채용률도 양극화…노동규제·원자재 공급난까지
"상생 강화하고 신산업 전환 위해 규제 풀어야"
  • 등록 2022-01-03 오전 5:30:00

    수정 2022-01-03 오전 5:30:00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혁신역량 격차가 지속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대기업·빅테크와 중소기업·제조업 간 회복 격차를 더 벌리는 ‘그레이트 디바이드’(Great Divide) 전조가 나타날 수 있다.”(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가뜩이나 심화하던 선도산업과 후발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더욱 커지고 있다.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확대 시행 등 대내외 요인까지 겹치면서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격차는 더 벌어지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후발 산업과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하는 기업 간 상생을 강화함과 동시에 근본적으로는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위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통계청 2019년 영리법인 통계의 기업규모별 주요 항목 현황(사진=중소기업중앙회)
기업 99% 차지 中企…코로나에 대기업과 격차 더 벌어져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발표된 ‘2019년 영리법인 통계’를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중소·중견기업은 75만282곳으로 전체 기업(75만2677개)의 99.7%를 차지하고 있다. 종사자 역시 전체 기업의 80%에 달한다. 이처럼 중소·중견기업은 우리나라 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전체 220조원의 57.2%(126조원)가 0.3%에 불과한 대기업에서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기업 간 양극화가 코로나19 확산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더욱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제조업체 5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대·중소기업간 양극화 해소방안을 위한 의견조사’ 결과,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 상황이 악화됐다고 응답한 기업은 43.8%로 조사됐다. 양극화의 주원인(복수응답)으로는 ‘코로나19 등 사회적 재난’(60.4%)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는 실제 지표로도 확인된다. 코로나19가 확산한 지난 2020년 통계청 광업제조업동향조사에 따르면 제조 분야 대기업의 생산 지수는 전년 대비 8% 증가했으나 중소기업은 1.8% 감소했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친 2분기에는 대기업은 전년 대비 4.1% 감소에 그친 반면, 중소기업은 두 배 이상인 10.0%나 감소했다. 회복 속도 역시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비해 더뎠다. 대기업의 경우 한 분기 만인 같은 해 3분기 생산지수가 1.4%로 플러스(+) 전환했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1.7%를 기록하며 여전히 역성장했다. 4분기에도 대기업은 0.6% 증가, 중소기업은 1.3% 감소를 기록했다.

통계청 2020년 광업제조업동향조사의 제조 대·중소기업 생산지수 증감률 비교(사진=중소기업중앙회)
채용마저 양극화…노동 규제에 원자재 공급난까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는 채용동향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대기업 74개사, 중견기업 91개사, 중소기업 152개사 등 국내 상장 기업 317개 사를 대상으로 ‘2021년 기업 신입 채용 결과’를 조사한 결과 지난 2019년 80.3%를 기록했던 중소기업 채용률은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62.1%, 지난해에는 59.9%로 뚝 떨어졌다. 반면 대기업은 지난해 채용률이 91.9%로 2019년 동일 조사 결과인 94.5%에는 못 미쳤지만 코로나 상황이었던 2020년 89.5%보다는 올랐다. 대기업은 경영 불확실성에 빠르게 적응한 반면, 중소기업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원자재 가격·물류비 상승이라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체감경기 격차는 18년 만에 사상 최대로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BSI 지수 격차는 30포인트까지 커지면서 2003년 1월 통계편제 이후 18년 4개월 만에 사상 최대로 벌어졌다. 특히 중기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86.2%는 공급원가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 확대 시행 등 정책 요인도 중소기업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기중앙회가 중소기업 600곳(제조업 300곳·비제조업 3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20대 대통령에게 바라는 중소기업·소상공인 의견조사’ 결과 ‘주 52시간제 개선 등 근로시간 유연화’(49.3%)와 ‘최저임금 산출 시 중소기업·소상공인 현실 반영’(44.0%)이 나란히 1·2위를 차지했다.

2021년 국내 기업 신입사원 채용 결산(사진=인크루트)
“대기업·중소기업 상생 강화”…근본 해결책은 ‘규제 완화’

경제계에선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 등 노동 규제는 물론, 코로나19 상황과 원자재 수급 불안 등 대내외 불안 요인이 지속하면서 양극화가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중소기업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을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성기동 중기중앙회 홍보실장은 “중소기업계는 양극화 해소를 위한 방안 1순위로 불공정 거래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납품대금 현실화를 위한 방안과 상생 문화 정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성장 노하우’를 적극 공유해 중소기업이 자생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도 상생 방안 중 하나다. 중소기업 자문 프로그램인 ‘경영닥터제’를 지원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 박철한 소장은 “대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노하우를 공유하고 이를 단계별로 중소기업에 적용해 대기업의 성장 경로를 따라 걸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는 ‘규제 완화’를 통해 중소기업의 운신 폭을 넓혀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보통신기술(IT)과 같은 첨단 산업과 전통 산업 간 양극화가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빨라졌다”며 “전통적인 화학 소재를 만드는 대기업이 신소재·신재생에너지로 빠르게 전환하는 것처럼, 중소기업도 낙후한 산업에서 성장 분야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령 자율주행과 같은 신기술·신산업 분야의 규제를 풀어 기업이 어떻게든 새로운 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 교수도 “우리나라는 규제나 조세가 글로벌 환경과 역행하고 있다”며 “기업들의 빠른 신산업 전환을 위해서라도 신산업 규제와 최저임금제 등 노동 규제를 완화하고 법인세·상속증여세 등 조세 정책 등을 국제 수준에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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