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정규직 제로’ 노동정책의 실패로 그 탓으로 돌리는 의견도 있다. 비정규직 근로자 축소와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이 있었던 터라 정부의 고심도 한층 깊어지는 것 같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증가 배경과 원인에 대해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인구 고령화가 비정규직 근로자를 증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노동인구의 고령화 추세에도 기업의 고령자 계속 고용 관행이 정착되지 않았고, 정부 대책도 미흡하다. 60세 이상 정규직 노동자는 일부 전문직종에 제한돼 있다. 취업 의사를 가진 60세 이상 노동자는 비정규직 일자리로 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경제활동인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는 비정규직의 고령화 현실을 잘 보여준다. 올해 60세 이상 인구가 65만4000명이나 늘어나면서 60세 이상 비정규직도 27만명이 증가한 것이다. 다른 연령계층 비정규직 비중은 정체하거나 감소하는 데 반해 60세 이상은 전년대비 1.1%포인트나 증가했다.
반대로 백신 접종이 늘어나자 경기가 회복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비정규직이 일시적으로 급증한 것이다. 1998년 IMF 외환위기가 극복되는 과정에서도 같은 현상이 있었다. 외환위기 다음 해부터 경기가 회복되면서 비정규직 근로자가 일시적으로 증가하였으나 곧바로 감소 추세로 전환했다. 비정규직이 감소하면 정규직 근로자가 다시 증가했다.
그 밖에도 디지털 경제 확산으로 플랫폼 노동, 특수형태 고용 등 새로운 분야·형태의 비정규직 일자리가 증가하며 비전형 및 특수형태 근로자가 증가한 것도 작용했다.
비정규직 근로자 증대에 ‘노동정책’이 직접 영향을 줬다고 단정하기는 힘들다. 주 52시간제와 최저임금인상 등이 정규직 채용을 억제하는 요인이 될 수 있으나, 지난해 기업의 생산 및 매출 위축이 정규직 채용을 크게 떨어뜨렸던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비정규직 근로자 증가는 코로나19와 경기회복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일시적 현상이다. 다만 인구 고령화는 60세 이상 근로자의 비정규직으로 유입을 증대시킬 전망이다. 그리고 플랫폼 경제 확산은 새로운 고용형태의 근로자를 양산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기업과 정부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불안정 고용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