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종사자 회복세에 산재 사고 급증 ‘우려’
2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최근 수출 호조에 힘입어 제조업 고용시장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불황을 겪었던 제조업은 지난해 2월부터 종사자 수가 감소하기 시작해 16개월 간 긴 침체기를 보냈다. 특히 지난해 5월부터 지난 2월까지 7만명 수준의 큰 종사자 수 감소폭을 나타냈다. 그러나 지난 2월부터 감소폭이 줄어들기 시작해 지난 5월 다시 증가로 전환된 뒤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제조업이 회복세를 보이며 종사자 수가 늘어나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제조업은 건설업에 이어 두 번째로 산재가 많이 발생하는 업종이기 때문. 2018년부터 지난 3월까지 제조업의 산재 사망자는 669명이었다. 전체 산재 사망자(2946명) 넷 중 1명은 제조업 종사자였다는 뜻이다.
제조업에서 발생한 산재 사망사고 중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사고유형은 `끼임`이다. 컨베이어 같은 공장 내 설비에 작업자가 갑작스럽게 끼면서 발생하는 사고로 최근 3년간 214명이 숨졌다. 그 뒤를 이어 △떨어짐 119명 △깔림·뒤집힘 59명 △물체에 맞음 59명 △폭발·파열 49명 △부딪힘 47명 순이었다.
해마다 제조업에서 수 백명의 산재 사망자가 발생하는 이유로는 영세 사업장의 안전설비에 대한 비용부담이 꼽힌다. 이 때문에 제조업 끼임 사고 대부분은 3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한다. 전체 제조업 끼임 사고 사망자(214명) 중 60%는 30인 미만 사업장(128명)에서 발생하며, 사업장 규모가 클수록 끼임 사고 발생도 줄었다.
영세 사업장이 비용부담으로 안전장치를 설치하지 않으면서 제조업 산재 사고를 키웠다. 실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중대재해 사고를 분석한 결과 제조업 끼임 사망사고 272건 가운데 사고 발생 기계가 방호설비 설치 대상인 경우는 132건(48.5%)이었다. 방호설비 설치 대상인 기계에서 발생한 사고 중 방호 설비를 설치하지 않은 탓에 발생한 것은 115건(87.1%)이나 됐다.
방호설비를 설치했지만 발생한 사고는 4건에 불과했다. 13건은 방호설비를 부적절하게 설치한 경우 등이었다. 작업자 안전을 위해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방호설비가 설치되지 않아 대부분의 사고가 발생했다는 뜻이다. 사업주는 사업장의 방호설비 등을 제대로 설치해야 할 의무가 있다. 끼임 사고가 작업자의 부주의보다는 사업주의 비용부담에 따른 무관심이 주요 원인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고용부도 이 같은 상황을 인식하고 지난달 28일 30인 미만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끼임 사고 예방을 위한 전국 일제 점검을 실시했다. 당시 점검에서 고용부는 원동기, 회전축 등 끼임이 발생할 수 있는 곳에 덮개, 울 등 방호장치를 설치하고 가동 중 기계·기구에 접근을 제한하는 지 여부와 정비, 보수작업 시 해당 기계의 운전 정지, 에너지원을 반드시 차단하는지 여부 등을 살펴봤다. 이어 다른 근로자가 정비, 보수 중인 기계를 조작할 수 없도록 기동장치에 잠금 조치를 하거나, 표지판을 부착하는 등 안전 절차 준수 여부도 확인했다.
전문가들은 영세·중소 사업장을 위한 안전설비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준원 숭실대 안전보건융합공학과 교수는 “수출 호조 등 제조업 경기가 살아나면 공장 가동률이 올라가기 때문에 산재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진다”며 “특히 영세·중소 사업장에게 노후 설비 교체 비용이나 안전장치 설치 비용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제조업 사업장에선 외국인 근로자도 많이 들어와 있다”며 “이들은 언어도 서툴고 위험 설비에 대한 안전의식도 약해 국내 노동자에 비해 사망사고 발생률도 높은 만큼 철저한 외국인 노동자 안전교육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