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눈]퀵커머스의 미래, 물류자동화에 달렸다

  • 등록 2021-07-21 오전 6:00:00

    수정 2021-07-21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영수 소비자생활부장] “주문자의 물건 구매 접수후 15분 내 배송 완료”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물류배송업체들이 ‘e-커머스’를 넘어 ‘퀵(quick)-커머스’를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확산으로 이커머스 시장은 매년 수조원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맞물려 빠른 배송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더 이상 몇 일씩 걸리는 쇼핑몰을 선택하지 않는다. 결국 시간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기업이 1위 사업자로서의 위치를 굳힐 것이다.

이커머스 사업자들이 시간을 절약하기 위한 자동화 시스템 도입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류센터 자동화는 전자상거래 기업이 무려 210만개에 달하는 미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 이커머스 대표 기업인 아마존은 2012년부터 물류로봇 기업 키바(Kiva)를 인수해 자사물류센터에서 물류로봇을 이용하고 있다. 물류로봇 분야는 상품 분류부터 진열대 상품 픽업, 포장, 최종 출하에 이르기까지 빠른 속도로 자동화를 가능케 한다. 아마존 역시 물류로봇 턱을 톡톡히 봤다. 실제 아마존은 키바 도입 후 물류센터 운영비용을 20% 절감했다고 밝혔다. 순환속도도 3배 증가했으며 공간활용도 50% 향상이라는 효과를 거뒀다.

신세계그룹, 쿠팡, 네이버 등 국내 이커머스 사업자들도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3D 카메라 센서 등 첨단기술이 적용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물류로봇을 활용한 초대형 물류센터 확충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물류로봇은 특히 인건비뿐 아니라 안전사고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자동화 속도가 느린 대부분의 물류센터는 집하뿐 아니라 집품(Picking, 온라인으로 주문된 상품을 찾아 바구니에 담는 업무) 등이 근로자들의 손을 거쳐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안전사고의 위험이 도처에 널려 있는 상태다. 최근 쿠팡 물류센터 화재로 주목받았던 물류센터 내 유화물질을 포함한 물품관리·운반 역시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다만 물류센터 완전자동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고용문제로 귀결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에 운영중인 물류센터는 4635개로, 집계가 시작된 2012년에 비해 2969개가 늘 정도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물류센터 증가속도 만큼 근로자 역시 급증하고 있다. 전국에 170여곳의 물류센터를 운영중인 쿠팡의 경우 올해 3월 기준 전국에 5만4000여명의 직원을 직접 고용하고 있다. 이는 국민연금공단 등록 기준으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에 이어 국내 3위 수준이다. 특히 2020년에만 1만5000여 명을 채용, 국내 고용창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쿠팡을 포함한 이커머스 사업자들은 자사 물류센터의 완전자동화를 놓고 눈치를 보는 형국이다. 일부 현장 근로자들을 물류로봇으로 대체할 경우 고용창출 인력이 감소할 수밖에 없어서다. 사업자 입장에선 내년 1월 시행예정인 중대재해처벌법도 간과할 수 없는 주요 이슈다. 현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 내 사고에 대해 경영책임자의 의무 등 법 규정 곳곳에 여전히 포괄적이고 모호한 조항이 많은 상태다. 경우에 따라서는 CEO를 직접 겨냥할 수 있어 사업주의 부담은 가중될 게 뻔하다.

안전사고에 대한 처벌규정 확대뿐 아니라 퀵커머스로의 진입 속도가 가파르게 진행되는 만큼 무인화를 목표로 하는 물류센터 완전자동화도 점진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정부와 이커머스 사업자, 그리고 근로자들은 안전사고 대책 마련과 함께 중장기적으로 고용에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한 방안 모색에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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