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약세와 반도체 업황으로 인해 외국인의 본격적인 ‘바이 코리아’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최근 외국인 매수세가 특정 업종에 쏠려있는 만큼 한국 시장 전반에 대한 매수라기 보다는 업황에 따른 선별적 매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3.85포인트(0.17%) 오른 2267.01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지수는 2275선에서 시작돼 장 초반 2281선까지 치솟으면서 지난 1월 20일 기록한 장중 연 고점 2277.23을 넘어섰다. 이후 상승폭을 점차 줄여나가다 종가 기준 연 고점 2267.25(1월22일) 턱밑에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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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외국인, 풍부한 호재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잇따른 주요국 경제지표 서프라이즈에 따른 글로벌 경기 동반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강화되고 있고, 유럽회생기금 합의 이후 유로존의 재정통합 첫걸음이란 구조적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유로화 강세가 최근 달러화 약세를 가속화하고 있다”며 “이는 위험자산, 특히 신흥국(EM) 주식 및 원자재에 긍정적인 기대를 높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독 외국인의 자금이 삼성전자(005930)에 쏠린 데는 반도체 업황이 있다고 봤다. 최근 반도체 업체 인텔은 7나노미터 공정 칩 개발 지연을 공식화했다. 업계는 일부 제품을 외부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에 맡길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최근 파운드리 캐파(생산능력)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수혜를 예상했다.
실제 외국인은 최근 5일 동안 삼성전자를 1조7693억원 사들였다. 같은 기간 외국인 코스피 순매수 금액 2조839억원 중 85%가 삼성전자에 쏠린 것이다. 두번째로 많이 사들인 SK하이닉스(000660)(1170억원)의 10배 이상이다. 개인이 팔아치운 삼성전자 1조6066억원치를 외국인이 받으면서 그야말로 ‘바통터치’를 이뤘다.
신중론도 있다. 일반적으로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수시 IT 업종 비중이 시가총액 비중과 유사하면 시장 전반에 걸친 매수세 유입이지만 특정 업종에 과도하게 집중된 만큼 본격 매수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외국인이 사들이는 업종은 제약·바이오와 2차전지, 반도체, 소프트웨어”라면서 “업황에 따라 사고 팔고 있고 있는데 현재로선 밸류에이션 부담 등으로 당분간 확인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선 늘지 않는 거대대금도 지켜봐야 하는 요소 중 하나다. 이날 거래대금은 13조3489억원에 머물렀다. 지난 6월 15일 18조2425억원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외국인이 1조원 넘게 매수한 지난 28일에는 거래대금이 17조5170억원까지 올라왔지만 다음날 15조원대로 내려왔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거래대금이 이전 고점을 넘지 못한 가운데 지수만 전 고점을 넘어서면 상승 추세가 이어지더라도 변동성이 큰 모습을 보이거나 중장기 고점대를 형성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서 “거래대금이 의미 있게 늘어나지 않으면 상승세 지속 여부는 다소 불투명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스피200 선물에서도 4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던 외국인은 이날 679억원치를 팔아치웠다. 정인지 연구원은 “코스피200 선물 시장에서 누적으로 외국인의 매수세를 형성하지만 3~5일간 매수하다가 단기 조정 시 한번에 매도하는 등 소극적인 매수 관점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