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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20세기에 찾아낸 유일한 태양계 행성이었던 명왕성이 이처럼 태양계 행성군에서 불명예 퇴직을 하게 된 건 왜일까. IAU가 논란 끝에 행성의 정의를 새롭게 하면서다. △‘태양을 중심으로 하는 공전궤도를 가질 것’ △‘원형의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 중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질량이 충분할 것’이라는 기존의 정의에 △‘자신의 공전 궤도 내 천체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해야 할 것’이라는 새로운 조건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즉 ‘자신이 속한 공전 궤도에서 다른 천체를 위성으로 가질 정도로 중력이 세고 가장 큰 구형 천체만 태양계 행성이 될 수 있다’는 얘기였다.
명왕성은 지난 1930년 발견 이래 행성으로서의 그 자격을 두고 논란이 계속 있어 왔다. 수성, 금성, 지구, 화성과 같이 표면이 암석으로 이뤄진 ‘지구형(암석형)’ 행성과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처럼 가스층으로 덮힌 ‘목성형(가스형)’ 행성과 달리 명왕성은 지금까지의 관측 결과 대부분이 얼음(산소와 메탄 가스)으로 이뤄져 행성으로 보기에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비슷한 공전 궤도에서 명왕성보다 질량과 지름이 큰 것으로 인정되는 ‘에리스(Eris)’라는 왜행성이 지난 2005년에 발견되면서 명왕성의 퇴출 명분은 보다 분명해졌다. 만약 명왕성의 행성 자격을 유지하면 에리스를 10번째 행성으로 인정해야 하고 이후에도 행성은 계속 추가될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에 결국 명왕성 퇴출이 결정됐다.
명왕성의 퇴출에 가장 반대가 심했던 나라는 단연코 미국이었다. 명왕성이 미국인이 발견한 유일한 행성이었기 때문이다. 자존심이 상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 2006년 1월 명왕성을 탐사하기 위해 뉴호라이즌스호를 발사했다. 1초에 14km씩 쉬지 않고 날아 9년 6개월 만인 지난 2015년 7월 14일 지구에서 56억km 떨어진 명왕성에 최근접한 뉴호라이즌스호는 한때 태양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춥고 어두운 행성이었던 명왕성의 사진을 찍어 지구로 보내오기도 했다.
*편집자 주: 수학, 화학, 물리학, 생물학 등 기초과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인공지능(AI), 사물 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그 중요성은 점차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기초과학은 어렵고 낯설게만 느껴져 피하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기초과학의 세계에 쉽고 재미있게 발을 들여 보자는 취지로 매주 연재 기사를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