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처럼 어처구니없는 표현도 드뭅니다.
지나치게 높은 비정규직 비율, 선진국 대비 너무 높은 자영업자 비율, 젊은 세대의 육체노동 기피 현상 등은 직업의 귀천, 더 나아가 직업에 따른 실질적인 차별대우 없이는 이해될 수 없는 문제들이기 때문입니다. 정말 직업의 귀천이 없는 사회였다면, 주민의 갑질과 폭행 끝에 50대 경비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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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 제63조는 근로시간과 휴게, 휴일에 관한 규정에서 예외가 되는 경우를 정하고 있습니다. 동법 3항에 “감시 또는 단속적으로 근로에 종사하는 자로서 사용자가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은 자”를 둬 감시·단속직(감단직) 노동자에 대한 근로기준법 일부 미적용을 명문화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감단직 노동자도 노동자이기는 하지만 근로기준법 일부 기준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건물 등에 낮과 밤 상주하면서 감시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의 경우 근무시간이 아무리 길어도 틈틈이 휴식 시간이 있다는 이유로 연장·휴일근로 가산수당 적용을 받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나 ‘비정규직보호에 관한 법률’이나 ‘파견직보호에 관한 법률’이 입법 취지와는 무관하게 비정규직·파견 노동자를 최대한 많이 사용하기 위해 악용되는 것처럼, 감단직 노동을 별도로 규정한 것 역시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덜 주기 위한 편법으로 악용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당장 지난해 중앙대 기숙사 시설노동자들이 용역을 맡은 업체에 속아 임금을 떼인 사례가 있습니다.
당시 시설관리 용역을 맡은 업체가 시설관리 일자리가 감단직이라고 속여 수당을 부당하게 지급하지 않은 것입니다. 이름도 생소한 ‘감단직’을 잘 알지도 못했던 노동자들은 뒤늦게 문제를 제기했고, 노무사를 통해 3년치 미지급 수당이 1억4000만원이나 된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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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적으로 고용과 해고가 쉽고, 싸게 부릴 수 있는 노동자를 하대하는 사람들은 우리 사회에 여전히 많습니다. 주민의 모욕 행위를 견디지 못한 경비노동자가 분신한 사건이 6년 전에 있었음에도, 여전히 우리는 차별 없이 타인의 노동을 존중을 방법을 배우지 못한 듯합니다. 특정 노동에 대한 합법적 차별이 쉽게 용인되는 사회라면 그 학습은 더욱 더딜 것입니다.
물론 누군가는 그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고작 그런 일에 돈을 그렇게 줘야 되느냐고. 그렇다면 답은 간단합니다. 그 일이 그렇게 하찮게 보인다면, 그래서 그 대가를 치르기 싫다면, 그 자리를 비워두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