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다시 위기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해외 여행력이 없으면서 감염 경로도 뚜렷하지 않은 환자가 연달아 3명이나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제와 어제에 걸쳐 확진 판정을 받은 29·30·31번 환자가 그런 경우다. 어디서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자체가 지역사회 감염 사례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를 더해준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도 어제 정례브리핑에서 “국내외 상황을 반영할 때 코로나19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더구나 대구에서도 처음으로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퍼져 나가는 신호탄이 아닌지 걱정을 감출 수 없다. 그동안 대구를 중심으로 하는 영남권에서는 환자가 발생하지 않아 코로나19의 청정지역으로 여겨지던 터였다. 당사자가 병원과 교회를 방문했고 호텔에서 식사까지 했다니 접촉자 파악이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 부부관계인 29·30번 환자도 감염 경로가 아직 오리무중이다. 잠복기에 접촉했던 사람들을 통해 지역사회 감염이 확대되는 것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
지역사회 감염이란 감염원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환자가 자꾸 늘어가는 단계를 뜻한다. 바이러스가 촘촘히 쳐진 방역망을 뚫고 나와 제멋대로 휘젓고 다님으로써 기존 확진자들과의 연결고리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게 되는 상황이다. 중국에서도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된 이번 사태가 전역으로 퍼져 나가게 된 것이 바로 이런 과정을 통해서다. 홍콩과 대만, 싱가포르, 일본 등 외국에서도 처음에는 중국에서 입국한 환자로부터 감염이 확대되다가 지금은 역학적 연관성이 모호한 지역사회 환자들이 보고되는 중이다. 그만큼 방역 노력이 어려워지기 마련이다.
이번 고비를 제대로 넘기지 못한다면 ‘2차 유행’의 재앙을 피하기 어렵다. 공항·항만 등 입국자들에 대한 검역과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들의 격리조치가 철저히 시행돼야 한다. 특히 새 학기를 앞두고 계속 돌아오고 있는 중국 유학생들에 대한 관리 조치에 조금이라도 구멍이 뚫린다면 뒤늦게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 대학별로 세심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의 본격 싸움은 오히려 지금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