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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에서 고위공무원을 지낸 한 전직 관료의 쓴소리다. 그는 최근 이슈의 한 가운데 서 있는 국토부 후배들을 보면 안타까움이 앞선다. 그는 “사실 민생과 관련한 굵직한 정책들은 국토부가 결정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며 “권한이 있는 것들도 타부서의 반대로 못하는 게 한 두 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국토부가 버스 파업, 3기 신도시 선정, 주택 공시가 논란, 김해 신공항 백지화 등 뜨거운 이슈 한 가운데 서 있다. 특히 버스 노조의 총 파업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비난의 화살이 모두 국토부로 향하고 있다. 버스 관련 업무는 각 지자체의 역할이지만, 임금협상을 둘러싼 갈등이 결국 재정 지원 문제로 확산하면서 국토부가 타깃이 됐다. 국토부는 일반광역버스 사무를 단계적으로 지자체에서 국가 사무로 바꿔 나가고, 준공영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일부 부처와 지자체 반대에 부딪혀 강하게 밀어붙이지 못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모든 책임은 국토부 몫이 됐다.
실제 3기 신도시 지정과 관련해서는 가장 상처를 받은 인물이 김 장관 자신이기도 하다. 국토부는 지난해 서울 등 수도권 집값 안정을 위해 주택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정치권에서 미리 예정지를 유출해 발표 일정을 미루는 등 해프닝을 겪었다. 결국 3기 신도시 예정지 5곳을 3차에 걸쳐 최종 발표했지만 시장이 침체기를 맞은 상황이어서 인근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김 장관을 잘 하는 고위공무원은 “김 장관이 개인의 (정치적) 욕심만 생각했다면 수도권 서부지역 내 공급 계획 발표를 늦췄을 것”이라며 “국민들께 주택공급 확대 약속을 한 만큼 대의를 위해 결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단독주택 공시가 인상 논란도 잘 하려다 뭇매를 맞은 경우다. 공시가는 보유세 등 각종 세금의 기초 자료가 되기 때문에 주택 보유자 입장에서는 얼마나 오르는 지 민감할 수밖에 없다. 국토부는 지난해 집값이 많이 뛴데다 공시가가 현재 시세의 60% 수준밖에 안 돼 실제 집값에 근접하게 공시가를 매겨 조세 정의를 바로잡겠다며 고가 주택 위주로 인상폭을 높였다. 하지만 민원을 의식한 서울 8개구 지자체가 중앙정부의 정책 방향을 무시하고 개별 단독주택 공시가를 표준주택보다 이례적으로 낮게 책정해 논란이 됐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국토부는 워낙 많은 업무를 맡고 있고 대부분이 민생과 직결돼 있어 논란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다”면서 “후임 장관 낙마로 ‘제2의 임기’를 보내고 있는 김 장관이 최근의 뜨거운 이슈들을 어떻게 수습할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