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결제원은 한국은행을 비롯한 10개 은행을 사원은행으로 두고 있는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금융 민간기관이 청약 업무를 맡게 된 것은 주택 청약이 청약통장 가입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청약예금과 부금, 청약저축 가입과 주택 청약 업무는 국책은행인 한국주택은행이 전담했다가 2000년부터 전 은행으로 확대됐다. 마침 청약 업무 전산화와 맞물려 은행권이 금융결제원과 손잡고 공동으로 개발한 게 오늘날의 아파트투유다.
새 정부 들어 서울과 일부 수도권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주변 시세보다 싼 ‘로또 분양’ 단지가 잇달아 나오자 아파트투유도 덩달아 주목받았다. ‘로또 분양’ 단지 청약이 이뤄지는 날이면 포탈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아파트투유가 올랐고, ‘울트라 로또 단지’로 꼽혔던 ‘미사역 파라곤’ 1순위 청약이 있었던 날에는 아파트투유 사이트가 마비되기도 했다.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이들은 아파트투유를 통해 청약하고 당첨 사실도 확인하는 한편 순위별 청약경쟁률을 보며 청약 전략을 짜기도 한다.
그러나 자신의 자격 요건을 잘 모르고 청약하거나 실수·착오 등으로 부적격 당첨자가 속출하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특히 작년 8·2 부동산 대책 이후 청약제도가 자주 변경되면서 복잡해진 청약자격으로 인해 부적격 당첨자도 늘었다. 지난해 청약 부적격 건수는 2만1804건으로 1순위 청약 당첨자 23만1404명의 9%에 달했다.
국토부가 아파트투유 업무를 한국감정원으로 이관하겠다는 데에는 청약시스템을 좀 더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불법 당첨자 관리, 부적격 당첨자 검증, 주택 통계시스템과의 연계 등 공적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이유가 크다. 현재 시스템은 청약이 끝난 후 청약자들의 신청 내용을 국토부의 주택소유확인시스템과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시스템을 확인해 걸러낸다. 이를 신청 단계에서부터 적용하면 부적격이나 부정 당첨 사례를 미리 막을 수 있고 청약시장도 투명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아파트투유를 어디서 관리하든 중요한 점은 선의의 피해자를 막고 청약 기회가 실수요자에게 가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공공성 강화와 부적격 당첨 예방을 위해 한국감정원이 청약 업무를 맡더라도 금융결제원의 18년 운영 노하우와 운영인력까지 매끄럽게 이관해와야 한다. 안 그러면 자칫 구관명관(舊官名官·경험 많은 이가 더 잘하는 법), 노마지지(老馬之智·늙은 말의 지혜가 필요하다)와 같은 비아냥이 나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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