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유성 기자]한국 공유경제가 미국은 물론 중국과 동남아에마저 밀리고 있다. 차량 공유는 물론 숙박, 전자상거래(커머스)까지 관련 기업들의 서비스가 속속 중단되고 있다. 해묵은 정부의 규제와 수수방관, 택시 등 기존 업계의 강한 반발, 지나친 초기 시장 낙관 등이 어우러진 결과다. 최근 카카오모빌리티 등 업계를 중심으로 요금제 다양화 등을 통해 고사위기를 넘기 위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지만 규제의 벽은 높기만 하다. 업계에서는 빠르게 진화하는 디지털 경제와 4차산업혁명 경쟁에서 더 이상 뒤처질 경우 영원히 낙오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먼저 공유경제의 대표격인 한국형 승차공유 플랫폼은 번번이 좌초하고 있다. 카풀의 경우 정부가 규제개선에 미온적인 모습을 보이는 사이 택시 업계의 반발은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우회로로 선택한 카카오택시의 스마트요금제와 카풀 연계 서비스도 사실상 무산됐다. 카카오모빌리티측은 “수익화 부진에 경영진이 투자자 소송까지 우려할 지경”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현행법에서는 출퇴근시간에 한해 자가용의 카풀영업을 허용하지만 출퇴근 시간 범위 등 명확한 지침이 없어 업체들 입장에서는 사업을 진행하기가 어렵다. 한국형 우버 서비스를 지향했던 업계 1위 ‘풀러스’는 지난해 24시간 영업을 시도하다가 국토부와 서울시로부터 고발당하면서 사업을 대폭 축소했다. 또다른 카풀 서비스 티티카카는 지난해 8월, 서비스 출시 5개월만에 사업을 철수했고, 렌타카와 대리운전을 결합한 서비스를 선보였던 차차도 국토부위 위법판정을 받은 이후 절반이 넘는 직원을 감원했다. 카풀 업체 럭시는 우버형 서비스를 불법으로 묶은 기존 규제에 막혀 사업 확장을 못하다 카카오모빌리티에 경영권을 넘겼다.
|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4개 택시 단체가 4일 오전 11시30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모빌리티 사옥 앞에서 ‘카카오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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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공유 업체들 역시 고사위기에 몰리기는 마찬가지다. 에어비앤비 열풍을 타고 열 곳가량 생겨났지만 외국인 대상으로만 영업을 해야 하는 현행 법에 묶여 코자자를 빼고는 대부분 문을 닫았다. 또 공유경제 커머스에 진츨했던 다날쏘시오는 지난 2016년 초 유모차나 TV 등 값비싼 생활용품을 공유해 쓴다는 취지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지난해말 공유서비스를 접고 직원도 40명 규모에서 10여명 규모로 줄였다. 업계에서는 국내 공유경제 시장을 초기에 너무 낙관했다가 큰 손실을 본 케이스로 평가한다. 공유경제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나 지자체가 줄줄이 불법딱지를 붙이다보니 소비자들도 카풀 등 공유경제 소비를 꺼리게 돼 국내 스타트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동남아판 우버인 그랩 등이 현지에서 큰 인기를 끄는 것을 보면 한국만 뒤처지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