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생각할 순 있다. 그렇지만 올림픽이 열기를 더해가면서 스포트라이트는 꿈과 열정, 최고의 훈련 프로그램으로 담금질한 올림피안에게로 돌아갔다. 올림픽은 올림픽인 것이다.
극강의 성적을 낸 한국의 메달리스트에게서 슬럼프에 빠진 한국 경제와 긴장의 한반도 문제를 풀 해법을 찾을 수 있다. 한국 메달리스트 가운데 최고의 선수를 꼽으라면 단연 스켈레톤 금메달리스트 윤성빈(24)이다. 그는 불모지에 금자탑을 쌓았다. 금자탑 기단은 노력의 근육질로 채워져 있다. 축구선수 호날두(62cm) 보다 굵은 65cm 허벅지, 농구선수 현주엽(78cm) 보다 월등한 제자리 점프(103m), 전성기의 박지성(11초90)보다 빠른 100m 주력(11초02). 이뿐 아니다. 2012년 대표팀에 합류한 뒤 하루 8끼니씩 폭식해 몸을 불렸다. 240㎏짜리 역기를 들고 스쿼트(양발을 좌우로 벌리고 서서 앉았다 일어서기)를 하기도 했다. 이는 용수철 스타트를 가능케 했다. 로이터통신은 “스켈레톤의 황제가 탄생했다”고 타전했다.
숨 막히는 대역전극이었다. 최민정은 지난 17일 111.212m짜리 트랙을 13바퀴 반 돌아야하는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1500m 경기에서 4바퀴를 남겨놓았을 때 4위로 달리고 있었다. 최민정은 필살기인 ‘바깥돌기’로 승부를 걸었다. 500m 결승에서 상대 선수를 건드려 실격당한 기억을 지우기라도 한 듯 멀찌감치 아웃코스를 내달렸다. 다른 선수들보다 10m를 더 탔다고 한다. 그만큼 에너지 소모가 컸지만 해냈다. 경쟁자들은 그가 치고 나가는 걸 바라볼 뿐이었다. 다시 봐도 짜릿한 명장면이다.
여자 쇼트트랙 3000m에서 우승한 대표팀과 세계 랭킹 1~5위 국가를 잇달아 꺾고 1위로 본선에 오른 여자 컬링 선수들의 선전은 팀플레이를 위해 개인의 능력을 최대화하면서 팀플레이에서 희생과 소통으로 합창하는 역사적인 장면을 보여줬다. 여자 팀 추월 종목에 출전한 빙속 선수들이 반목 끝에 꼴찌로 주저앉은 것과 비교된다.
우리 대표팀에는 리처드 블롬리(영국·스켈레톤), 밥 데 용(네덜란드·스피드스케이팅) 등 외국인 코치가 다수이고, 귀화 선수가 전체 대표선수의 13%인 22명에 이른다. 극강의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적극적인 HR 전략이다. 서구 국가들의 독무대였던 동계스포츠에서 한국이 꽃을 피운 건 이런 배경에서다. 경제나 안보에서도 이번 평창 올림픽에서 극강의 경쟁력을 보인 우리 선수들의 성공법칙을 벤치마킹 했으면 좋겠다. 극강이 돼야 아무도 쉽게 달려들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