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 덕 칼럼]극강 윤성빈·최민정이 쏘아올린 희망가

“하면 된다”는 교훈 일깨운 윤성빈
女쇼트트랙과 컬링의 팀코리아 정신
극강은 공감목표와 체계적 훈련의 산물
성공 디테일 타 분야서 벤치마킹하길
  • 등록 2018-02-23 오전 6:00:00

    수정 2018-02-23 오전 6:00:00

[남궁 덕 콘텐츠전략실장]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은 북한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면서 시작됐다. 김여정이 방남해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고 문재인 대통령, 이낙연 국무총리 등을 연쇄 면담할 것을 두고 블룸버그는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제재와 선제공격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새로운 무기를 올림픽에 배치했다. 바로 자신의 여동생 김여정이다”라고 보도했다. CNN은 “북한이 홍보 금메달을 따내며 이미 올림픽에서 승리를 거뒀다”고 했다.

그렇게 생각할 순 있다. 그렇지만 올림픽이 열기를 더해가면서 스포트라이트는 꿈과 열정, 최고의 훈련 프로그램으로 담금질한 올림피안에게로 돌아갔다. 올림픽은 올림픽인 것이다.

극강의 성적을 낸 한국의 메달리스트에게서 슬럼프에 빠진 한국 경제와 긴장의 한반도 문제를 풀 해법을 찾을 수 있다. 한국 메달리스트 가운데 최고의 선수를 꼽으라면 단연 스켈레톤 금메달리스트 윤성빈(24)이다. 그는 불모지에 금자탑을 쌓았다. 금자탑 기단은 노력의 근육질로 채워져 있다. 축구선수 호날두(62cm) 보다 굵은 65cm 허벅지, 농구선수 현주엽(78cm) 보다 월등한 제자리 점프(103m), 전성기의 박지성(11초90)보다 빠른 100m 주력(11초02). 이뿐 아니다. 2012년 대표팀에 합류한 뒤 하루 8끼니씩 폭식해 몸을 불렸다. 240㎏짜리 역기를 들고 스쿼트(양발을 좌우로 벌리고 서서 앉았다 일어서기)를 하기도 했다. 이는 용수철 스타트를 가능케 했다. 로이터통신은 “스켈레톤의 황제가 탄생했다”고 타전했다.

다관왕에 오른 최민정(19)의 질주도 소름끼친다. 그는 최근 1년간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대퇴부 근육을 집중적으로 키워 근육량을 3kg 늘렸다. 남자선수들과 아이스링크는 300바퀴씩 돌았다고 한다. 노력의 결과는 1500m 결승전에서 멋지게 빛났다.

숨 막히는 대역전극이었다. 최민정은 지난 17일 111.212m짜리 트랙을 13바퀴 반 돌아야하는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1500m 경기에서 4바퀴를 남겨놓았을 때 4위로 달리고 있었다. 최민정은 필살기인 ‘바깥돌기’로 승부를 걸었다. 500m 결승에서 상대 선수를 건드려 실격당한 기억을 지우기라도 한 듯 멀찌감치 아웃코스를 내달렸다. 다른 선수들보다 10m를 더 탔다고 한다. 그만큼 에너지 소모가 컸지만 해냈다. 경쟁자들은 그가 치고 나가는 걸 바라볼 뿐이었다. 다시 봐도 짜릿한 명장면이다.

여자 쇼트트랙 3000m에서 우승한 대표팀과 세계 랭킹 1~5위 국가를 잇달아 꺾고 1위로 본선에 오른 여자 컬링 선수들의 선전은 팀플레이를 위해 개인의 능력을 최대화하면서 팀플레이에서 희생과 소통으로 합창하는 역사적인 장면을 보여줬다. 여자 팀 추월 종목에 출전한 빙속 선수들이 반목 끝에 꼴찌로 주저앉은 것과 비교된다.

극강의 선수나 팀엔 분명한 성공법칙이 있다. 분명한 목표와 이에 걸맞은 체계적인 훈련이 뒷받침돼야 한다. 또 하나. 동계스포츠는 맨주먹과 열정만으론 일을 낼 수 없다. 비인기 설움을 보듬은 기업들의 성원이 ‘갓성빈’ ‘갈릭 걸스’를 키워냈다. 포스코대우, 현대자동차, CJ, 신세계, 한라, KB금융 등이 든든한 언덕이 됐다. 비싼 장비와 시설이 필요한 종목에 이들 기업들은 성적에 관계없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봅슬레이 등 종목에선 메달을 못 땄지만 선수들 실력이 일취월장했고, 국민적 관심 높아진 것 역시 큰 성과다.

우리 대표팀에는 리처드 블롬리(영국·스켈레톤), 밥 데 용(네덜란드·스피드스케이팅) 등 외국인 코치가 다수이고, 귀화 선수가 전체 대표선수의 13%인 22명에 이른다. 극강의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적극적인 HR 전략이다. 서구 국가들의 독무대였던 동계스포츠에서 한국이 꽃을 피운 건 이런 배경에서다. 경제나 안보에서도 이번 평창 올림픽에서 극강의 경쟁력을 보인 우리 선수들의 성공법칙을 벤치마킹 했으면 좋겠다. 극강이 돼야 아무도 쉽게 달려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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