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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전에서 만난 노희진(51) 한단과기유한공사 대표는 한국 다른 선전의 창업 환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한국에 IMF(국제통화기금)외환위기가 거세게 몰아쳤던 지난 1998년, 한 전자회사 해외영업 담당 주재원으로 선전으로 온 노 대표는 20년 간 현지에서 제조 및 로봇 관련 사업을 해왔다. 그는 현재 150명의 직원이 일하는 교육용 로봇 제품 생산업체인 한단과기를 경영하고 있다. 한단과기는 지난해 중국 정부로부터 ‘국가급 고급 신기술업체’로 선정된 유망 기업으로 내수 시장은 물론 한국과 동남아시아 등으로 로봇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노 대표는 “선전에서는 기술만 있으면 정부가 조건없이 장려금을 주고 창업을 돕는 기관이나 투자 등이 활성화 돼 진입 장벽도 낮다”며 “한국에선 창업 자금이 대부분 대출이라 무거운 이자 부담이 안고 시작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가 청년들의 해외 취업 뿐 아니라 창업에도 관심을 갖는다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는게 노 대표의 생각이다.
노 대표는 “중국은 비록 관치가 있지만 그걸 뛰어넘는 창업 열풍이 있고 대학 졸업생 중 매년 60만명이 창업에 나서고 있다”며 “한국 청년들이 해외로 눈길을 돌려 선전에서 창업해 성공한다면 자연히 소통이 편한 한국인 직원을 채용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대표는 “선전에는 ‘창업의 아이돌’이라 할 수 있는 DJI나 텐센트, BYD 등이 글로벌 기업이 있고 평범한 사회 초년생들 누구나 이들 기업의 투자 담당자 전화번호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며 “선전이 매년 정하는 창업 주간이 되면 ‘창업자에게 박수쳐주자, 격려해주자’란 문구가 버스 광고판에 등장하는 등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이 가득하다”고 전했다.
이런 창업 열풍 속에서 선전의 스타트업에 취업해 일하며, 실제 창업을 꿈꾸게 된 한국 청년도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창업의 어려움과 친구들의 취업난에 대해선 아쉬움을 나타냈다. 권씨는 “한국은 정부 지원이 약하고 대출로 시작해야하는 리스크가 있다”며 “한국에 있는 친구들은 모두 취업 준비에 바쁘지만 위험이 큰 창업이나 해외 일자리에 대해선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선전으로 전 세계 인재가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도 기업 문화 등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하정수 선전상의 회장은 “한국 기업은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가 적고 연공서열형 인사시스템도 글로벌 인재들의 입장에선 매력적이지 않다”며 “기업의 가치도 현재의 재무제표상 이익으로 못 박지 말고 선전과 같이 향후 영향력이나 미래 시장에 대한 가치에 초점을 맞춰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