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점 뚫은 서울집값] 조용하던 ‘노·도·강’ 매물도 사라졌다

서울 25개 자치구 집값 전고점 돌파
강남4구 매물 품귀현상 빚으면서
투자자들 강북 소외지역으로 발길
역세권·재건축 아파트물량 주목
참여정부 말기 재현 가능성 분석도
  • 등록 2018-01-16 오전 5:30:00

    수정 2018-01-16 오전 8:03:51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오늘이 제일 쌀 것입니다. 내일이면 이 가격에 사기 힘들 것입니다.”

최근의 서울지역 아파트값 상승세를 지켜본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내리막길을 걷던 서울 집값이 어느새 전고점을 회복한데다 그동안 소외됐던 강북권 지역까지 줄줄이 사상 최고가 기록을 다시 쓰면서 강남발 부동산 투자 열기가 서울 전체로 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치구 아파트값이 모두 전고점을 넘어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서 촉발된 집값 상승세가 용산·성동·광진구 등 한강생활권을 넘어 서울 전체로 점차 확산하는 양상이다. 강남에서 시작된 집값 급등이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으로까지 번진 노무현 정부 말기 부동산시장 과열이 그대로 재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과장은 “강남권 등 한강을 접하고 있는 지역에 비해 변두리 지역 아파트 매매시장은 아직 잠잠하지만 이전 고점을 회복한 만큼 앞으로 집값 급등세가 이들 지역으로까지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속속 전고점 넘어 신고가 기록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내리막길을 걷던 서울 아파트값은 2013년 12월 저점을 찍고 2014년부터 반등했다. 대출 규제와 재건축 연한 단축,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 각종 부동산 규제가 완화된 가운데 저금리로 풀린 돈이 서울 유망 재건축 단지 등에 몰리면서 가격이 회복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 작년 촛불 정국으로 정권 교체가 이뤄지면서 주택시장은 본격적으로 달아올랐다. 서울 아파트값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다음 달인 작년 6월 처음으로 3.3㎥당 평균 2000만원을 돌파했다.

강남·송파·양천구 등 당시 버블세븐 지역에 속해 있던 곳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고점 대비 20% 이상 미끄러지는 등 최소 2.6%에서 최대 24%까지 빠졌다. 그러나 2015년 3월 성동구를 시작으로 속속 전고점 회복에 나섰다. 작년 하반기 노원·강동구에 이어 도봉구와 양천구까지 이전 고점을 넘어섰다.

전고점 회복이 늦었던 곳은 대부분 개발 호재로 큰 폭으로 올랐다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크게 미끄러진 지역이다. 용산구의 경우 2009년 용산역 인근 국제업무지구 개발을 호재로 집값이 급등했다가 개발이 무산되면서 급락했고, 송파구는 잠실동 엘스와 리센츠 등 재건축 입주 물량이 쏟아지면서 일대 주택시장이 침체에 빠졌다. 노원구와 도봉구는 가격이 저평가됐다는 인식에 부동산시장 활황기 끝물인 2009년에 매수세가 대거 유입되면서 집값이 올랐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주택시장 침체로 한동안 기를 펴지 못했다. 이들 지역은 낙폭이 컸던 만큼 전고점 회복에 시간이 걸렸지만 부동산시장 활황에 힘입어 다시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늦기 전에 집 사자”…강북권에서도 매수 심리 확산

전문가들은 특히 노원·도봉·중랑·은평구 등 강북지역 아파트값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강 인접지역 집값 급등세가 이들 소외지역으로도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의 주간 아파트값 상승률에서도 지난주 은평(0.29%)·노원(0.18%)·도봉구(0.13%) 등 강북지역 약진이 두드러졌다. 강남권 아파트 매물 품귀현상이 빚어지면서 투자자들이 용산·마포·성동·광진구 등에서 우량 블루칩 단지 매입에 나선 가운데 이같은 매수세가 결국 소외됐던 지역으로까지 퍼질 것이란 전망이다. 발 빠른 투자자들은 재개발 예정구역 등 개발 호재가 있거나 역세권 등 입지가 좋은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물 찾기에 나선 상황이다.

노원구 상계주공 14단지 전용면적 49.94㎡형은 이달 들어 3억1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지금은 3억8000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집주인이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거래는 많지 않지만 가격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노무현 정부 시즌2’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판박이여서 ‘노·도·강’ 상승까지 이어졌던 부동산 시장 흐름도 그대로 따라갈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의 잇단 부동산 규제에도 서울 집값이 계속 오르자 정부만 믿고 아파트 매입을 미뤘던 실수요자들 사이에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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