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직장인의 저녁식탁을 한번 보자. 막 끓인 라면이나 배달 치킨 혹은 즉석밥으로 식사를 때우는 일이 잦다. 흔히 먹을거리가 풍족한 상류층이 비만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는 얘기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내놓은 ‘2016 비만백서’에 따르면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고도비만 이상의 비율은 저소득층일수록 높다. 비교적 가격이 싼 정크푸드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게 주된 이유다. 고소득층은 건강식을 자주 찾아 먹는 반면, 돈과 시간적 여유가 턱없이 부족한 저소득층은 저렴한 가공식품이나 패스트푸드를 자주 섭취할 수밖에 없는 구조는 이미 다 아는 현실이다.
오늘날 식량은 거대 자본의 일개 상품이자 이윤을 내야 하는 투자의 대상이 됐다. 홈쇼핑채널에서는 먹기 좋게 포장한 식품을 밤낮 가리지 않고 판다. 김치를 사다 먹는 가구도 크게 늘었다. 하지만 지금 먹고 있는 음식이 어디서 어떻게 생산됐는지 대부분 상상하지 않는다. 저자는 “지금 이 세계의 식탁을 차리고 있는 건 화학비료와 제초제, 유전자조작식물(GMO), 생명공학과 결합한 거대 기업”이라면서도 “하지만 알고 보면 실제는 이와 다르다”고 지적한다.
산업농은 ‘세계를 부양하고 있다’는 명분 아래 늘 은폐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로인한 폭력적 피해는 지구를 완전히 병들게 하고 있다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실제로 영양실조와 굶주림에 시달리는 인구는 오히려 10억명으로 늘었다. 나아가 20억명의 인구가 비만·당뇨 등의 질병으로 고통받는다. 이윤 탐욕에 상승한 식량가격은 식량폭동의 원인이 됐다. 저자에 따르면 거대 농기업에 의한 토지강탈·토지소실로 수입이 감소하거나, 식량 불안 등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세계 인구도 무려 15억명에 달한다.
책은 식탁 위 ‘작은 콩’ 하나를 달리 보게 만든다. 나는 무엇을 어떻게 먹고 있는가. 저자의 일성은 가슴을 친다. “우리를 먹여 살리는 것은 화학비료가 아니라 살아숨쉬는 토양이고 벌과 나비다.” 거대한 단일경작이 아니라 생물 다양성을 지키는 소농이자 기업이 아닌 여성이야말로 식탁의 진짜 주인이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