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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신고리 5, 6호기 원자력발전소의 운명이 사실상 이번 주말 판가름 난다. 그간 일반 여론조사에서 공사 중단 및 재개를 놓고 찬반이 팽팽하게 갈렸던 터라 500여명의 시민참여단의 결정에 관심이 모아진다. 조사 결과에 따라 신고리를 둘러싼 갈등이 해결될 수도 있지만 오히려 혼란을 부추길 ‘판도라 상자’가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신고리 운명 500명 시민참여단 손에
공론화위원회는 오는 13일부터 15일까지 천안 교보생명 연수원인 계성원에서 시민 참여단을 대상으로 합숙토론을 진행한다. 합숙 첫날인 13일에는 그간 동영상강의, 자료집 등을 통해 학습한 결과를 바탕으로 3차 여론조사를 한다. 이후 분임·총론·쟁점 등 숙의 과정을 거쳐 합숙 마지막날인 4차 여론조사를 실시한다. 사실상 신고리 5·6호기 운명을 결정할 마지막 ‘관문’인 셈이다.
관건은 공론화위가 작성하는 대정부 권고안이다. 공론화위는 조사 결과를 종합, 분석해 보고서를 작성한다. 여론조사 결과가 80대 20, 70대 30 등으로 한쪽으로 크게 쏠린다면 간단하다. ‘시민 의견이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또는 중단)로 나타났다’는 식으로 결론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공론화위 관계자는 “건설 중단 및 재개 의견 차이가 오차범위를 벗어난 경우, 다수의견을 기준으로 최종권고안을 작성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공론화위는 1~4차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참여단의 의견 분포 변화, 건설 중단 및 건설 재개 의견 등 다양한 정보를 담은 내용을 종합적으로 정리하기로 했다. 특정 조건에서 서로 합의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최종 결정자인 정부가 이를 보고 판단하게 되는 셈이다.
결국 공은 청와대로 넘어가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공론화위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 결과를 존중해 결정을 내리겠다”고 강조했다. 팽팽하게 맞선 결과가 나올 경우 문 대통령이 정치적 판단을 내려야 된다. 중단·재개 의견이 근소한 차이를 보일 땐 어떤 결정을 내리든 정부로선 상당한 부담을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론화위가 했던 조사방식과 다르긴 하지만 한국갤럽이 지난 두달간 네차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양측 의견이 근소한 차이로 팽팽하게 나온 점은 이런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특히나 결론이 공사 재개로 날 경우와 달리 공사 중단으로 수렴될 경우 소송 제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론화위가 서서히 돌아가던 시점에 공론화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활동중지 가처분 소송 등이 줄기차게 제기됐다. 공론조사가 정부가 결정했던 정책을 철회할 만한 중대한 사유가 될 수 있을지를 놓고 법적 다툼도 지속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신고리 공론화위는 이런 공론조사 공정성을 둘러싼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검증위원들을 위촉해 각 과정을 검증받는 등 최대한 공정성을 높였다고 밝혔다. 공론화위 관계자는 “공론화는 서로 다른 의견이나 주장을 가진 분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같이해 보자는 것에서 더 큰 의미를 찾아야 한다”면서 “최대한 공정성을 갖추며 진행을 했기 때문에 공론조사 결과에 진정한 통합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