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사이클 속 역발상…D램 캐파 조절 수익성 극대화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이후 듀얼카메라 탑재 스마트폰 증가로 인한 ‘이미지센서’(빛을 디지털 신호로 변환해 이미지로 보여주는 반도체) 수요 확대에 대비해 D램 생산라인의 캐파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메모리시장 호황 속에 올 2분기 사상 최대인 8조 3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오히려 D램 캐파를 줄이기로 한 것이다. 이런 결정이 가능한 이유는 삼성전자의 강력한 시장지배력에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이 발표한 올 1분기 D램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43.5%로 압도적 1위를 기록 중이고, SK하이닉스(27.9%), 미국 마이크론(22.7%)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이들 3개 회사가 D램 시장의 94.1%를 독점하고 있어 추가적인 캐파 증가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점유율이 절반에 육박하는 시장 지배자로 자체적 수급 조절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삼성SDI(006400)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긴 전영현 사장에 이어 메모리사업부장에 오른 진교영 부사장이 20년 간 쌓은 탄탄한 D램 분야 경험이 과감한 전략 구사를 가능케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하반기 들어 D램 가격은 가파른 상승세가 꺾이고 안정세로 접어들며 수요 둔화 기미도 보이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공급자 중심 시장 상황을 최대한 활용해 D램 수급을 조절,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낸드시장에선 대규모 투자로 기술 超격차 전략
낸드플래시 분야에선 과감한 투자를 통한 기술 격차 유지 및 시장 확대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V낸드의 기술 측면에서도 올 연말까지 90단 이상의 적층(쌓아올림)기술을 적용한 5세대 제품을 개발, 미국 웨스턴디지털 등 경쟁사와의 격차를 더욱 벌릴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업계 2위로 낸드 분야 원천기술을 보유한 일본 도시바가 위기를 맞고 있어, 삼성 특유의 초(超) 격차 전략이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여기에 얼마전 세계 최대 용량 1Tb(테라비트) V낸드 개발로 이를 탑재한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시장 확대도 기대되고 있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낸드시장 수요는 2D에서 3D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지만 후발 업체들의 기술 개발은 지연돼 공급에 제약이 있다”며 “삼성이 낸드 캐파를 늘리더라도 공급 초과가 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메모리 호황은 생각보다 길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