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방산비리'와의 전쟁에…유탄 맞는 국산 무기

감사원, 국산헬기 수리온에 '불량품' 낙인
30년된 美 명품헬기 '아파치'도 결함 생기는데
무기는 실전배치 후 개량이 더 중요
사정기관들, 정권 바뀌자 칼날 세워
결국 국산 무기 수출길만 좁아져
  • 등록 2017-07-19 오전 5:30:55

    수정 2017-07-19 오전 6:07:22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에 대한 대대적인 당국의 수사로 군(軍)과 방위산업계가 어수선하다. 검찰이 지난 14일 KAI에 대한 압수수색을 한데 이어 감사원은 16일 KAI가 개발한 ‘수리온’ 헬기가 결함 투성이인데도 방위사업청이 납품을 허용했다며 관계자들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18일에는 검찰이 KAI의 일부 협력업체까지 압수수색했다고 한다. 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은 “방산비리는 단순한 비리를 넘어 안보에 구멍을 뚫는 이적행위”라며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방산비리 근절 대책 마련을 지시한바 있다.

이론의 여지없이 방위사업 비리는 척결돼야 한다. 문제가 있다면 철저히 밝혀내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무기를 사는 기관과 그 돈으로 무기를 개발하는 방산업계가 더 높은 도덕성과 준법의식을 요구받는건 당연하다.

비행 중인 수리온 헬기 [사진=방위사업청]
그러나 이번 수사가 지극히 정치적 목적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이전 정권에선 아무말도 못했던 검찰과 감사원이 정권이 바뀌자 역할 뽐내기를 하는 모양새다.

검찰의 이번 수사는 박근혜 정부 때인 지난 2015년 10월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당시 감사원은 “KAI가 수리온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원가계산서를 허위로 작성해 547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겼다”고 발표한바 있다. 그러나 검찰은 박근혜 정부 끝날 때까지 1년 반이 넘도록 본격적인 수사를 하지 않았었다.

당시 방위산업계에선 박 전 대통령과 KAI 경영진의 친분 때문에 검찰이 묵인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하성용 KAI 대표는 경북 영천 출신으로 2011년 퇴사 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2013년 KAI 최고경영자로 복귀했다. 하 대표의 부인은 박 전 대통령의 종씨이자 먼 친척으로 알려져 있다.

정권이 바뀌자마자 검찰은 기다렸다는듯이 KAI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지난 2014~2015년 자신들이 기소한 방산비리 혐의자들이 최근 잇따라 무죄 선고를 받고 있어 검찰 입장에선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감사원도 마찬가지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 해 8월 이미 수리온 관련 감사 결과를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바 있다. 같은 해 10월 이같은 감사결과를 의결했는데 당시에는 공개하지 않다 검찰의 압수수색 직후인 지난 16일 발표했다. 이전 정권의 눈치를 보고 묵인했다는 의혹이다.

특히 감사원의 감사 자료는 수리온 헬기를 불량품으로 낙인찍었다. △엔진과속 후 정지 △메인로터 블레이드(프로펠러)와 동체 상부 전선절단기 충돌 △전방유리(윈드실드) 파손 △동체 프레임(뼈대) 균열 등 문제가 잇따랐다는 것이다. 특히 비상착륙 2회·추락 1회 사고의 직·간접적인 원인이 결빙 성능 검증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국산 무기체계인 K-9 자주포 [사진=육군]
과연 국산 헬기 수리온은 잘못된 기체일까. 무기전문가들과 방위산업계 관계자들은 대부분의 무기 체계가 실전에 배치된 이후에도 하자 개선과 성능 개량 등의 과정을 거쳐 완성도를 높여간다고 했다. 수리온 헬기가 뭇매를 맞는 이유가 유독 국산 무기체계에 대해선 지나치게 높은 잣대를 들이대는 국내 정서 때문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감사원이 이번에 발표한 수리온의 결함은 대부분 해결된 것들이었다. 결빙 성능 부분도 보완조치를 통해 재평가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방위산업 강국인 독일의 경우 30년이 넘도록 개인화기의 성능 개량을 지속하며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다. 현존 최강 공격헬기로 평가받는 미국 보잉사의 아파치 헬기도 최근 일부 결함으로 운행이 중단된바 있다. 이스라엘에 납품된 아파치 헬기 꼬리날개에 공통적으로 균열이 발견돼 지난 6월 이스라엘 군이 아파치 헬기 전량을 지상 대기시켰던 사실이 외신을 타고 전해졌다.

이전 정권을 겨냥한 사정(司正)이 새 정권 입장에선 통과의례 일 수 있다. 이를 통해 집권의 정당성을 입증하고 인적 쇄신을 단행할 수 있어서다. 그래서 이번 KAI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와 박 전 대통령과 대학 동기동창으로 알려진 장명진 방사청장에 대한 수사 의뢰는 사정수사의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사정수사가 우리 군과 방위산업계를 고사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비리 헬기’로 낙인 찍힌 수리온을 타는 우리 장병들이 과연 임무 수행에 떳떳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불량 헬기’를 탄다는 불안감 역시 문제다.

KAI가 일부 국가들과 진행해온 수리온 수출 협상은 파기될게 뻔하다. 국산 고등훈련기 ‘T-50’의 미국 수출 사업은 어려워졌다. KAI를 중심으로 한 국내 항공산업 위축도 불가피하다. 국익 창출의 꿈은 사라지고 일자리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같은 몰아붙이기식 수사에 삼성그룹 처럼 방산업을 포기하는 회사가 또 나올 수 있다. 문제가 있는 부분을 드러내면 될 일이다. 꼭 동네방네 소문을 다 내며 보란듯이 수사를 했어야 했나 안타깝다. 누구를 위한 수사인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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