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돌고 돈다고 했던가. 세계 1위로 전세계를 호령해온 국내 조선업도 ‘말뫼의 저주’에 갇힌 모습이다. 경남 창원시의 성동산업이 자금난으로 마산 조선소에 있는 700톤급 골리앗 크레인을 해외에 매각하기로 했다. 성동산업이 270억원을 들여 만든 골리앗 크레인은 감정가격이 190억원이지만 수요자가 없어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감정가를 내려 30억원에 팔겠다고 해도 나서는 곳이 없다. 말뫼의 눈물에 이은 ‘마산의 눈물’인 셈이다.
세계적인 불황으로 국내 조선업이 침체 태풍의 눈에 빨려들어갈 것이라는 점은 이미 예견됐다. 문제는 조선업체들이 이에 따른 구조조정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도외시 했다는 점이다. 설상가상으로 한국 조선업은 빼앗간 조선산업 세계 1위를 되찾겠다는 일본과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위협하는 중국 사이에 끼인 ‘넛 크래커’(nut-cracker) 신세로 전락했다.
방심하면 한 방에 ‘훅’ 가는 것은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중국 1위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와 상하이자동차는 공동 개발한 ‘커넥티트카’를 최근 선보였다. 운전자가 핸들을 돌리고 브레이크를 밟는 등 기본적인 운전조작만 하면 나머지는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인터넷 운영체제(OS)가 알아서 다 해준다. 차세대 첨단 자동차 개발경쟁에서 중국이 전세계를 향해 강력한 어퍼컷을 날린 것이다.
AI와 로봇으로 요약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세계 자동차 산업의 조류는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이제 근로자가 컨베이어벨트에서 차량을 조립해 완성차를 만드는 시대도 끝날 날이 머지 않았다. 자동차 조업 환경이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바뀐다면 공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는 얼마나 될까. 첨단 자동차에 밀려 내연기관 자동차가 박물관 한 곳을 차지하는 처량한 신세가 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는 없지 않는가.
생산성은 낮으면서 임금은 턱없이 높은 고(高)비용, 저(低)생산성 구조로는 세계시장에서 승산이 있을 리 없다. 월급 인상 타령에만 매몰되지 않고 글로벌 위기속에서 향후 생존해법을 놓고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게 먼저다.
<글로벌마켓부장·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