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구칼럼] '마산의 눈물'과 커넥티드카 쇼크

  • 등록 2016-07-15 오전 3:00:00

    수정 2016-07-15 오전 3:00:00

시계추를 14여년전으로 돌려보자. 스웨덴 서남부 스코네주(州)의 주도(州都) 말뫼에는 세계적 조선소 코쿰스(Kockums)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나 조선산업이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스웨덴 정부는 2002년 여름 높이 128m, 폭 164m, 인양능력 1500톤급, 자체중량 7560톤으로 세계 최대 규모인 ‘코쿰스 골리앗 크레인’을 현대중공업에 단돈 1달러, 1000원 정도를 받고 매각했다. 선박을 만들기 위해 조선 블록을 들어올리는 골리앗 크레인은 조선산업의 핵심 설비다. 골리앗 크레인을 매각한다는 것은 사업을 접겠다는 얘기다. ‘스웨덴 조선업의 자존심’인 코쿰스 크레인을 현대중공업에 넘긴 말뫼 주민 수천명은 2002년 9월 25일 크레인의 마지막 부분이 해체돼 울산행 운송선에 실려 바다 멀리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말뫼의 눈물’도 여기에서 비롯된 말이다.

역사는 돌고 돈다고 했던가. 세계 1위로 전세계를 호령해온 국내 조선업도 ‘말뫼의 저주’에 갇힌 모습이다. 경남 창원시의 성동산업이 자금난으로 마산 조선소에 있는 700톤급 골리앗 크레인을 해외에 매각하기로 했다. 성동산업이 270억원을 들여 만든 골리앗 크레인은 감정가격이 190억원이지만 수요자가 없어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감정가를 내려 30억원에 팔겠다고 해도 나서는 곳이 없다. 말뫼의 눈물에 이은 ‘마산의 눈물’인 셈이다.

세계적인 불황으로 국내 조선업이 침체 태풍의 눈에 빨려들어갈 것이라는 점은 이미 예견됐다. 문제는 조선업체들이 이에 따른 구조조정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도외시 했다는 점이다. 설상가상으로 한국 조선업은 빼앗간 조선산업 세계 1위를 되찾겠다는 일본과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위협하는 중국 사이에 끼인 ‘넛 크래커’(nut-cracker) 신세로 전락했다.

방심하면 한 방에 ‘훅’ 가는 것은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중국 1위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와 상하이자동차는 공동 개발한 ‘커넥티트카’를 최근 선보였다. 운전자가 핸들을 돌리고 브레이크를 밟는 등 기본적인 운전조작만 하면 나머지는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인터넷 운영체제(OS)가 알아서 다 해준다. 차세대 첨단 자동차 개발경쟁에서 중국이 전세계를 향해 강력한 어퍼컷을 날린 것이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미래인 인터넷 연결 자동차는 자동차업체와 인터넷기업의 격전지다. ‘인공지능(AI)의 아버지’로 불리는 세바스찬 스런 유다시티 회장이 “머지않아 정보기술(IT)기업이 자동차산업 피라미드의 정점에 서게될 것”이라고 한 예언이 결코 빈말이 아니었다.

AI와 로봇으로 요약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세계 자동차 산업의 조류는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이제 근로자가 컨베이어벨트에서 차량을 조립해 완성차를 만드는 시대도 끝날 날이 머지 않았다. 자동차 조업 환경이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바뀐다면 공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는 얼마나 될까. 첨단 자동차에 밀려 내연기관 자동차가 박물관 한 곳을 차지하는 처량한 신세가 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는 없지 않는가.

이런 가운데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가 파업에 나설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현대중공업은 수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지만 조선업의 미래 생존방안과 제품 최첨단화에는 등을 돌리고 월급 인상의 목소리만 높이고 있다. 경기침체와 판매부진으로 올해 글로벌 판매목표 813만대 달성에 빨간불이 켜진 현대차 역시 임금 인상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생산성은 낮으면서 임금은 턱없이 높은 고(高)비용, 저(低)생산성 구조로는 세계시장에서 승산이 있을 리 없다. 월급 인상 타령에만 매몰되지 않고 글로벌 위기속에서 향후 생존해법을 놓고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게 먼저다.

<글로벌마켓부장·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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