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추세라면 그를 향한 박수갈채가 앞으로도 꽤 상당 기간 이어질 것 같은 분위기다.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전지현이 ‘천송이 신드롬’을 불러일으켰고, 최근 ‘응답하라 1988’에서 이혜리·박보검 등의 새로운 스타가 탄생한 데 이어진 후속타다. 물론 이들에 앞서서도 배용준을 비롯해 이영애·고현정·김수현·장근석·박해진 등이 한류를 이끌어 왔다.
한류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우리 정치인들도 어떻게 하면 이들 연기자들처럼 국민의 인기를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 때문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집권 새누리당이 순식간에 몰락한 반면 창당한 지 두어 달밖에 안 된 신당에 정당투표가 쏟아졌다는 점에서 기존 정치인들이 신망을 잃었다는 사실이 분명히 드러났다.
그런 점에서, 송중기가 어느 인터뷰를 통해 밝힌 내용이 눈길을 끈다. 자신이 연기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 “작가 입장이 되어 ‘이 대사를 왜 썼을까’라며 생각한다”고 밝힌 부분이다. 작가의 의중을 떠올리며 대본에 충실하려고 애쓴다는 것이니, 간질거리는 표현조차 시청자들의 가슴을 사로잡은 비결이다.
정치인들에게도 보수·진보를 떠나 유권자들의 주문이 있기 마련이다. 민의를 대변해 이렇게 처신하고 저렇게 말하라며 각자마다 대본을 부여받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그 대본을 무시하고 자기들 멋대로 무대를 휘젓고 다녔으니 믿음을 저버릴 수밖에 없었다. 입으로는 국민을 떠받든다고 하면서도 밑바닥 민심을 거들떠보지 않은 결과다.
정치인들이 국민으로부터 받은 대본 내용이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도 아니다. 내용으로 치자면 지극히 상식적이고 기본적이다. 기본에 충실하기만 해도 됐을 것을 나 몰라라 뿌리친 것이었으니, 유권자들이 가만히 두고 볼 리 만무했다. 아예 대본을 거두고 배우들을 갈아치웠다.
그러나 이번에 확인됐듯이 민심은 냉혹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평소에는 모르는 척하면서도 심판을 내릴 때는 여지가 없다. 눈밖에 난다면 이미 늦어버린 시점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원내 다수당이 되었고,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됐다고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이번 ‘태양의 후예’에서 여주인공 역을 맡았던 송혜교의 언급도 가슴에 담아둘 필요가 있다. “언제나 마지막 작품인 듯이 연기한다”는 마음가짐이 그것이다. 언제라도 마지막인 듯이 소신껏 뜻을 펴라는 권유다. 다음에 또 공천을 받겠다며 어영부영 지도부의 눈치만 살피며 끌려다니다간 죽도 밥도 안 된다. 국회의원도 송중기와 송혜교로부터 연기를 배워야만 한다.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