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15년'…잊혀지는 일반의약품

전문약 생산실적 15년 전보다 3.2배↑..일반약 25%↓
병원 방문 증가로 일반약 외면..전문약만 세대교체 활성화
  • 등록 2015-07-20 오전 3:00:00

    수정 2015-07-20 오전 3:00:00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지난 2000년 7월 의약분업이 시행된 이후 15년 동안 국내 의약품 시장에서 대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전문의약품 시장은 급팽창한 반면 일반의약품 시장은 대폭 축소됐다.

1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제약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완제의약품 생산실적은 14조2805억원으로 의약분업이 시행되기 전인 1999년 6조8994억원보다 2배 가량 늘었다.

1999년(왼쪽)·2014년 전문약·일반약 생산실적 비중(자료: 한국제약협회)
의약품 시장의 두 축을 이루는 전문약과 일반약의 기세가 확연히 엇갈렸다.

전문약 생산실적은 1999년 3조6714억원에서 지난해 11조8675억원으로 223.2% 증가했다. 하지만 일반약 생산실적은 같은기간 3조2280억원에서 2조4130억원으로 25.2% 뒷걸음쳤다. 이에 따라 전체 시장에서 일반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46.8%에서 16.9%로 쪼그라들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의약분업 이후 환자들의 병의원 방문이 증가하고, 일반약의 보험급여 제한 등의 정책적인 여파로 처방의약품 시장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15년 전 생산실적 상위 제품을 비교하면 과거 일반약이 차지했던 자리를 상당수 전문약 제품들이 대체했다. 1999년 상위 20개 제품 중 일반약이 13개 포진했지만 지난해에는 20위권내에 3개 품목만 포함됐다.

‘솔표우황청심원’, ‘솔표쌍감탕에프’, ‘원비디’, ‘아로나민골드’, ‘구론산바몬드에스’, ‘겔포스’, ‘까스명수’ 등 과거 약국 시장을 주름잡았던 일반약 제품들은 순위권에서 자취를 감췄다. 전문약에 밀려 순위가 밀렸거나 시장에서의 입지가 좁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의 생산실적 1위를 기록했던 박카스는 지난 2011년 일반의약품에서 의약외품으로 분류체계가 변경되면서 순위에서 사라졌다.

특히 제약사들의 연구개발 역량이 전문약에 집중되면서 전문약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대웅제약(069620)의 ‘알비스’, 동아에스티(170900)의 ‘스티렌’, 녹십자(006280)의 ‘아이비글로불린에스’, 한미약품(128940)의 ‘아모디핀’, 안국약품(001540)의 ‘시네츄라’ 등 국내제약사들이 자체개발한 신약과 개량신약이 상위권에 올랐다. 1999년 수입의약품이 전문약 상위권을 차지한 것을 감안하면 괄목할만한 변화다.

일반약 시장은 두각을 나타낸 신제품이 없었다. 까스활명수, 인사돌, 판피린큐액 등 지난해 일반의약품 상위권에 랭크된 제품 모두 발매된지 30년이 넘은 제품이다. 제약업계에서는 “일반약 시장의 축소로 신제품 개발 노력에 대한 의지가 꺾인데다 최근에는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활성화하면서 일반약은 더욱 외면받는 분위기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제약사들이 최근 내놓는 일반약 신제품은 상당수가 기존 제품의 새로운 버전이 많다. 동화약품은 까스활명수의 일부 성분을 바꾼 ‘미인활명수액’을 최근 발매했고 ‘꼬마활명수액’, ‘골드활명수액’도 승인받은 상태다. 유한양행은 지난해부터 ‘안티푸라민더블파워카타플라스마’, ‘안티푸라민롤파스’, ‘안티푸라민코인플라스타’를 허가받았다.

1999·2014년 생산실적 상위 20위 비교(단위: 억원, 자료: 한국제약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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