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식약처, '매뉴얼'은 국민 눈높이가 아니다

  • 등록 2015-05-08 오전 3:00:00

    수정 2015-05-08 오전 3:00:00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가짜 백수오 파동’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비난의 중심에 섰다. 국민들이 위해식품에 노출된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회에서는 “백수오 파문은 식약처 무능에서 기인했다”는 원색적인 성토가 쏟아졌다.

물론 식약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 모든 원료를 일일이 검사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더러 백수오와 같은 한약재는 같은 날 같은 농장에서 입고되더라도 다른 제품이 섞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사 인력의 한계도 있다. 안전관리의 사각지대는 늘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것은 그동안 복용한 건강기능식품이 아무런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서다. 식약처의 건강기능식품 인증마크를 신뢰하고 구매했기에 허탈감은 더욱 크다.

과연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안전관리가 국민 눈높이 수준에서 이뤄졌는지 근본적으로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식약처는 건강기능식품을 식품의 일부로 분류하고 식품영양안전국에서 관리한다. 의약품에 비해 광고도 자유롭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건강기능식품을 ‘건강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는 식품’이 아닌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의약품과 유사한 용도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비타민, 오메가-3, 백수오 등 상당수 성분은 의약품에도 사용된다.

국내 건강기능식품의 생산실적은 2009년 9598억원에서 2013년 1조482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에 반해 같은 기간 일반의약품의 생산실적은 2조5233억원에서 2조3717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건강기능식품의 수요 확대가 단순히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이유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일반의약품 수요층의 상당수가 TV홈쇼핑 등의 광고를 통해 건강기능식품으로 옮겨갔을 가능성도 크다. ‘백수오등복합추출물’의 생산실적이 2011년 40억원에서 2013년 704억원 규모로 급증한 이유가 과연 탁월한 효능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국민들이 건강기능식품을 의약품과 유사한 수준으로 인식한다면 의약품에 근접한 수준의 안전관리 체계가 가동돼야 하는 이유다.

식약처 공무원들은 기자들을 만날 때마다 “잘하고 있는 것도 많은데 칭찬은 안해준다”며 서운해한다. 당연한 이치다. 국민들은 잘못한 것만 기억하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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