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세월호 1주기, 정부의 진정성이 문제다

  • 등록 2015-04-20 오전 6:06:06

    수정 2015-04-20 오전 6:06:06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세월호 참사 1주기 이후 첫 주말, 서울 도심에선 밤늦게까지 대규모 추모행사가 열렸다. 아직 봄기운이 완연하지 않은 쌀쌀한 날씨에도 국민은 ‘4월16일 그날을 잊지 않겠다’며 소리 높여 목소리를 냈다. 곳곳에서 경찰과 충돌이 일어날 정도로 집회는 치열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6일 논란 끝에 팽목항을 방문했다. 유가족들이 그렇게 원했던 세월호 인양에 대한 의지도 밝혔다. 하지만 유가족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항의 표시로 박근혜 대통령이 도착하기 전 분향소를 임시 폐쇄하고 현장을 떠났다.

세월호 참사 이후 1년이 지났지만 왜 국민의 분노는 전혀 사그라지지 않을까. 정부는 나름대로 대책을 내놓고 수습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당수 국민은 정부가 그동안 보인 태도에 진정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애초부터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행사에 박근혜 대통령에 이어 관계부처 장관 또한 참석하지 않는다는 소식이 파다했다. 정부 입장에서 세월호 참사는 애써 외면하거나 회피하고 싶은 트라우마다. 집권 3년 차에 아직 까지 별다른 성과 없는 박근혜 정부 서둘러 다른 성과를 내기 바쁘다고 판단할 수도 있을 테다. 서둘러 인양 의지도 밝혔으니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겠냐는 게 솔직한 정부의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국민의 상처를 매만져 주지는 못했던 점에서 큰 한계를 보였다. 이번 1주기 행사는 유가족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넓게 번진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였지만 정부는 이를 외면했던 셈이다. 심리학자들은 상처로 생긴 무력감과 우울감은 밖으로 털어놓으면서 분노로 표출되고 이후 타협, 절망의 단계를 지나 극복 단계까지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이 정부는 애써 막기에 급급했다. 결국 상처는 더 곪아서 터지기 직전까지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어떤 대책을 내놓더라도 유가족을 포함한 국민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진정성 없는 정부의 움직임에 또 다른 불신만 커져 나갈 뿐이다. 지금이라도 슬픔에 공감하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는 정부의 변화된 모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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