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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뮤지컬 여배우 하면 떠오르는 사람은? 열에 아홉은 아마 이 사람을 떠올릴 것이다. 1989년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로 데뷔해 올해로 26년 차에 접어든 배우 최정원(46). 역량 있는 후배들의 데뷔가 줄을 잇는 상황에서도 최정원은 꽤 오랜 시간 톱배우의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관객의 박수를 받으면 어떤 컨디션에서도 소리가 나온다는 그녀는 여전히 무대를 “기적을 만들어주는 곳”이라 칭한다.
지난 26년간 30여편을 통해 관객을 만나 왔다. 무려 14년간 공연한 ‘시카고’를 비롯해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으로 꼽는 ‘맘마미아’까지. 굵직한 작품에서 주역을 도맡으며 한국뮤지컬 최고의 디바로 우뚝 섰다. 그런 그녀가 또 한 번의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내달 11일부터 오는 5월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연건동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서 앙코르 공연되는 뮤지컬 ‘아가사’를 통해서다. 최정원은 이번 공연에서 추리소설 작가를 맡아 열연할 예정이다.
추리소설 작가 역은 그녀에게도 새로운 도전이다. 수많은 작품에서 새로운 역할을 만나왔지만 “내 안의 지킬 앤 하이드를 발견하는 것처럼” 설렌다고 했다. “한 작품에 빠져들면 그 인물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스스로 자문해본다. 지금은 아가사에 빙의해서 살고 있다. 적정한 시기에 아가사라는 인물을 만나게 돼서 축복이라 생각한다. 연습하면 할수록 빠져든다.”
최정원의 ‘수중분만’ 방송을 기억하는 사람도 꽤 될 것이다. 최정원은 1999년 국내 최초로 수중분만을 시도했고 이 모습은 2000년 1월 1일 TV 밀레니엄 신년특집 ‘생명의 기적’ 편에 소개돼 화제가 됐다. 그렇게 태어났던 딸 수아가 이제 열여섯 살의 어엿한 고등학생이 됐다. 아가사 대본을 외울 때도 상대 역을 맡아주는 착한 딸이라고 했다. 최정원은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은 연기할 때도 감정 표현에 한계가 있다”며 “아이를 키우면서 얻은 오감이 무대에서 온전히 표현될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고 말했다.
“공연 때마다 죽어 있는 글자에 생명을 불어넣으며 만들어낼 인물을 고민한다. 예전엔 그게 힘들었는데 지금은 그 작업조차 즐겁다.” 여전히 ‘커튼콜’에서 오롯이 최정원으로 관객 앞에 설 때 가장 울컥한단다. “뮤지컬은 라이브다 보니 늘 새롭다. 언제 20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무대라는 곳은 얼마만큼 열정을 다하느냐에 따라 풍기는 아우라가 달라진다. 내가 아직도 연습에 많은 노력과 시간을 쏟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