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산안에서 낭비적 요소가 없는지 가려내라고 국회에 부여한 ‘예산심의권’이 올해도 지역구관리를 위한 선심성 권한으로 둔갑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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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는 16일 국회 예산결산특위 산하 예산안조정소위원회를 열고 예산심의에 들어갔다. 13개 상임위가 정부예산보다 약 9조8000억원을 증액한 예비심사보고서를 토대로 본격적인 ‘예산 전쟁’에 돌입한 셈이다.
이 중 가장 많은 3조 4000억원 증액을 요구한 국토교통위는 도로·철도 등을 건설하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정부안보다 2조3000억원 가량 늘린 예비심사보고서를 예결특위로 넘겼다.
특히 국토위가 심사한 결과를 보면, 애초 정부 예산안에서는 단돈 ‘1원’도 편성되지 않은 사업들을 설계용역비·공사착공비 등의 명목으로 새롭게 추가한 예산이 무려 200여건에 달한다. 이러한 예산은 지역구에 새로운 도로망 등을 깔기 위해 이른바 ‘착수금’을 편성하겠다는 것인데, 첫해 예산은 5억원~50억원 등 비교적 소액(?)이 편성되지만 첫 삽을 뜬 이후에는 몇 년간 수백억~수천억원의 대규모 자금이 더 소요될 수 있기 때문에 통상 ‘미끼 예산’으로 불린다.
신규사업은 아니지만, 개발제한구역 주민지원사업 명목으로 애초 정부안에 700억원이 포함됐던 예산은 상임위를 거치며 130억원 늘어난 830억원으로 변경됐다. 이 예산 증액분에는 김태원·하태경·정성호 의원 등 국토위 소속 의원들의 지역구가 다양하게 포함됐다.
이밖에 △부산외곽순환고속도로 2148억원 △동홍천-양양 고속도로 2148억원 △함양-울산 고속도로 1550억원 △보성-임성리 철도 1500억원 △성남∼여주 복선전철 750억원 △대구순환고속도로 613억원 △영천-언양 고속도로 609억 등 500억원 이상을 한꺼번에 늘려달라고 요구한 사업도 수두룩하다.
상임위 넘어 온 예산, 최종 결정될까?
이러한 예산들이 국회 관문을 최종적으로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상임위 예비심사를 거친 예산안은 예산안조정소위(옛 계수조정소위)와 예결위 전체회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결정되는데 통상 정부예산안의 1% 안팎에서 증액·감액이 이뤄져 온 것을 감안하면 상임위가 요구한 증액안 대다수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매년 상임위 예비심사 단계에서 증액 요구가 봇물을 이루는 것은 지역구 관리를 위한 ‘홍보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상임위 단계 증액 요구분이 최종적으로 반영되기 어렵더라도 지역구 예산확보에 심혈을 기울인다는 모습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예비심사가 종료된 상임위별로 위원장, 여야 간사를 막론하고 자신의 지역구 예산안을 늘렸다는 보도자료를 쏟아냈다. 보도자료 말미에는 “예결위 심사가 남아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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