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민가에 학교보다 필요한 것은

세상바꾼 '아이디어 산책'
성폭력 줄인 일회용 변기 등
창조성으로 인권 개선한 사례들
……………………………………
세상을 바꾸는 씨드
슈테판 쉬르, 팀 투리악|232쪽|프롬북스
  • 등록 2014-06-26 오전 7:05:00

    수정 2014-06-26 오전 7:05:00

[이데일리 양승준 기자] 아시아 최대 빈민가인 인도 뭄바이 다라비. 주민이 가장 원하는 게 뭘까. 집? 아니다. 바로 공중위생이다. 500명이 넘는 빈민이 화장실 하나를 나눠 써 위생상태가 말이 아니다. 참을 수 없이 더럽다 보니 화장실 가기를 꺼려 신장결석 등을 앓는 주민이 많아졌다. 장티푸스와 설사는 흔한 병이다. 여자들은 외딴 곳에서 용변을 보다 성폭력에 노출됐다.

빈민가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 놓은 건 작은 비닐봉지 하나였다. 10g이 채 안 되는 ‘일회용 변기’ 피푸. 집에 있는 양동이에 씌워 배변을 본 후 이를 묶어 수집소에 가져다 놓게 했다. 피푸는 안에 요소 분말을 넣어 병균을 제거하고, 쉽게 분해되는 에코바이오 재질로 만들어졌다. 땅에 묻으면 2~4주 안에 사라졌다. 가격은 단돈 3센트.

이 비닐봉지로 빈민가가 변했다. 케냐 나이로비 빈민가에 있는 베델 학교와 실랑가 마을에 사용해보니 아이들의 설사 비율이 현저하게 줄고 성폭력도 감소했다. 배설물은 거름이 돼 주변 토지를 비옥하게 했다. 농사를 짓는 이들에게 싼값에 되팔아 제작비를 대고 지역경제도 살렸다. 이를 만든 이는 건축가 안데르 빌헬손이다. 빈민지역 주민의 삶을 연구하다가 뭄바이에서 만난 한 여성의 “우리에게 필요한 건 건축이 아니라 위생”이라고 한 말이 계기가 됐다.

대기업들은 몇십억원을 들여 세계의 빈민가에 학교를 짓고 있다. 그런데 대다수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못한다. 거리도 멀거니와 생존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많아서다. 세상을 바꾸는 건 거대한 자본이 아니다.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한 사람의 작은 생각과 애정이면 충분하다. 두 저자는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어려운 환경에 뛰어들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 이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소개한다.

나눔의 가치를 전하려는 책이 아니다. 한 사람의 호기심에서 출발한 도전이 일상을 바꾼 사례가 공감을 더한다. 게임으로 공부하는 놀이학교를 만든 게임디자이너 얘기도 있다. 다른 행성에 사는 생물체와 의사소통을 하는 인터넷게임으로 영어를 배우고, 생물체가 준 수학문제를 푸는 교육방식은 미래의 학습법을 고민하게 한다. 게임이 더 이상 교육에 애물단지가 아니다. 뉴욕시도 지지를 표했다. “놀며 즐기며 세상을 변화시켜라.” 무기력에 빠진 이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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