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아파트 인근 K공인 대표는 전화기를 붙잡고 이렇게 털어놨다. 주민 98%가 아파트 신축 공사를 위해 집을 비운 마당에 새로운 악재로 또 다시 재건축 사업 진행이 더뎌질까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주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가락시영아파트 단지 내 C공인 관계자는 “사업을 빨리 진행하길 바라는 조합원들에게는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며 “가뜩이나 매수를 관망하는 추세인데 투자 심리가 더 얼어붙을까 걱정스럽다”고 전했다.
|
재건축 추진 단지로는 국내 최대 규모(134개동 6600가구)인 가락시영아파트는 연초부터 각종 악재와 부닥쳤다. 전·월세 임대소득 과세와 재건축 추가분담금(새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 증액에 이어, 지난달 말에는 대법원이 2008년 조합이 인가받은 옛 재건축 사업계획안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문제는 돈이다. 서울시 감사를 초래한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 3월 초 조합이 공개한 추가분담금이었다. 새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조합원들이 내야할 돈이 당초 예상보다 최대 1억원 이상 증가했다. 반발은 거세졌고, 주민 민원도 폭증했다. 주민 비상대책위원회 소속인 김모(60대·여)씨는 “우리 아파트는 2종에서 3종으로 용도지역을 상향해 사업성이 좋아졌는데도 주민 부담은 오히려 크게 늘어났다”며 “사업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고 조합 운영 실태를 투명하게 공개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분담금 근거를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락시영 재건축 조합은 서울시의 이번 결정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가락시영아파트는 2003년 조합을 첫 설립한 이래 재건축 사업을 둘러싸고 벌인 소송만 무려 136건(조합이 제기한 것 제외)에 달한다. 그만큼 사업성과 이권을 둘러싼 갈등이 치열했다는 얘기다. 조합은 사업 막바지에 접어든 지금 주민 간 내홍이 다시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번 감사를 계기로 이달 말까지 실시하는 조합원 분양 신청에서 새 아파트 대신 돈으로 돌려받겠다는 현금 청산자가 늘어나고 재건축 사업 속도까지 떨어지면 사업성 추가 악화를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조합에 따르면 현재 가락시영아파트는 재건축 사업이 한 달 늦어질 때마다 불어나는 금융 비용 등 사업비가 50여억원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서울시의 감사 이후 조합 집행부 교체 등으로 사업이 재차 공회전하면 조합원들의 추가분담금 증액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새 악재와 맞닥뜨린 가락시영아파트 매매 시세는 가파른 내림세를 타고 있다. 지난 2월 5억3000만원이었던 가락시영1차 전용면적 40㎡형(1650가구)의 평균 실거래가는 이달 들어 4억9000만원을 밑돌고 있다. 두 달 새 4000만원 이상 주저앉은 것이다.
서울시는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시는 다음달 9일까지 조합으로부터 회계 자료 등을 제출받아 이르면 다음달 중 현장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합의 자금 관리 실태와 관련 법상 사업 절차를 준수했는지를 중점적으로 점검해 위반 사항이 발견되면 규정대로 조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