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불허했던 '수직증축'허용..안전성은?

3년전엔 정밀시공 및 공사 관리 어렵다며 불가
당시 TF참여 전문가들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핵심"
"내진 보강으로 건물 튼튼해져..시장 활성화 효과도"
  • 등록 2014-04-25 오전 7:10:00

    수정 2014-04-25 오전 7:10:00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를 계기로 안전 문제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25일부터 허용되는 아파트 ‘수직증축 리모델링’의 안전성 확보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은 지어진 지 15년이 넘은 아파트를 최대 3개층까지 추가로 올리고, 전체 가구 수를 15% 범위 내에서 늘리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는 아파트 상부에 층수를 더 올리는 방식은 정밀 시공에 한계가 있어 구조 안전성을 확보할 수 없다며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불허했다. 당시 불허 결정을 내리게 된 근거를 마련했던 태스크포스(TF)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은 기술력을 갖춘 검증된 시공사만 수직증축 참여를 허용하고, 설계 및 시공 단계에서 철저한 관리 감독이 이뤄져야 100%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25일부터 아파트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허용됨에 따라 분당 등 수도권 1기 신도시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 수혜 단지가 몰려 있는 분당신도시 정자동 일대 전경. <사진제공:국토정보지리원>
“철저한 공사 관리가 선행돼야”

2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전국에서 준공 15년 이상된 수직증축 리모델링 대상 아파트는 총 19만3137가구에 달한다. 이 중 서울·수도권에 전체 물량의 60%가량인 11만6029가구가 몰려 있다. 특히 추진 대상 단지가 밀집한 분당·평촌 등 수도권 1기 신도시 아파트 주민들은 정부가 지난해 4·1 부동산 대책을 통해 허용 방침을 밝히기 전까지 10년 넘게 수직증축 허용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수직증축 허용을 둘러싸고 쟁점이 됐던 부분은 늘 안전성 문제였다.

2011년 7월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공동주택 리모델링 정책 방향’자료를 보면 관련 공무원과 교수, 연구원, 건축사 등 20명으로 구성된 TF는 총 11차례에 걸친 논의 끝에 “구조 안전성 등을 고려할 때 수직증축을 위한 법령 개정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 TF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은 리모델링 시공업체 선정과 공사 관리 등 사업 전 단계에서 정부의 철저한 관리 감독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강수 서울시립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TF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은 기술력이 확보되지 않은 중소업체가 사업을 수행할 경우 사고 위험이 있다고 봤다”며 “만약 수직증축이 활성화되면 영세 업체까지 시장에 뛰어들 여지가 있는만큼 최소한 1군 건설사(도급 순위 100위 이내) 중 기술력을 갖춘 기업에게만 공사 참여를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시화 가천대 건축학과 교수는 “당시 TF에서는 시공 기술상의 문제와 함께 공사 관리의 어려움을 이유로 수직증측 불가 결론을 냈다”며 “이제 수직증축이 가능해진만큼 정부는 엄격한 시공 관리를 통한 안전성 확보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업 추진 단지 선정도 신중해야

정부는 수직증축 리모델링 대상 단지로 지어진 지 15년 이상된 아파트이면서 건축 당시 구조도면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준공 당시 구조도면이 있더라도 구조 보강 비용이 많이 들어 경제성이 낮은 아파트는 사전에 수직증축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두 번에 걸친 안전진단을 통해 수직증축의 구조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조합설립 인가가 난 상태에서 시행되는 1차 안전진단 결과로 사업 자체를 무효화하기는 주민 반발 등을 고려하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신동우 아주대 건축학과 교수 “수직증축의 안전성은 구조 보강을 통해 충분히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기술력이 아닌 비용이 문제”라며 “구조 보강에 드는 비용보다 기대수익이 낮은데도 입주민들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를 대비해 정부가 허가 요건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내진 보강 및 시장 활성화 효과

수직증축 허용이 오히려 아파트의 안전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구조 보강을 현행 내진 설계 기준에 맞추도록 하면 건물이 더 튼튼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동훈 ㈜무한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사는 “수도권 1기 신도시 아파트의 경우 19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에 지어져 현행 내진설계 기준을 충족하는 단지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이 아파트들은 수직증축을 통해 내진 기준에 부합하는 구조 보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의 수직증축 불허는 정책적 판단에 따른 것이었던 만큼 박근혜 정부 들어 시장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푼 것은 옳은 결정이란 의견도 있다. 김호철 단국대 부동산건설대학원장은 “3년 전 이명박 정부가 수직증축을 불허했을 때도 법적으로는 1층을 필로티(기둥)로 세울 경우 1개층 증축이 가능했다”며 “수직증축이 기술적 문제는 없었지만 당시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 허용하지 않았던 것뿐”이라고 말했다.
△2011년 당시 국토해양부 ‘리모델링 제도개선 TF’의 수직증축 리모델링 관련 주요 쟁점들. <자료: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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