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홍석 ‘MOP-131014 걸레질-131014’(사진=국제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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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인구 기자] ‘지구 반대편 두 작가의 다른 듯 같은 길.’ 한국작가 김홍석(50)과 멕시코작가 다미안 오르테가(47)의 개인전이 눈길을 끌고 있다. 김홍석과 오르테가는 지구 반대편에 살며 각자의 독창적 예술세계를 쌓아왔으나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지점은 이상하리만큼 닮아 있다.
김홍석은 ‘블루 아워스’ 전을 통해 노동을 바탕으로 일반화된 현대미술의 관습적인 구조에 관한 특유의 비판적 해석을 드러낸다. 예를 들면 이렇다. 작가가 작품을 만들다 보면 생산·소비구조, 관람객의 인식 등에서 근본문제에 부딪치게 된다. 과연 작가의 아이디어와 작업 지시, 일용직 노동자들의 노동집약적 작업으로 탄생한 결과물에서 작가의 소유는 어디까지인가 하는 것이다.
이를 표현한 대표적인 작품이 회화 연작 ‘MOP-131014 걸레질-131014’이다. 이 작품은 작가가 색칠한 캔버스 표면을 일정 시간 고용된 노동자가 손걸레질을 통해 닦아낸 행위의 결과였다. 단순노동의 결과가 미술작품으로 전환된 것을 보여준 사례였다.
김홍석은 2011년부터 이런 맥락에서 ‘사람 객관적’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작가와 일반 참여자와의 미술적 관계를 환기시키는 퍼포먼스였다. “이 같은 작업은 ‘내 의도가 미술인가’ 또 ‘그 결과물이 미술인가’라는 고민에서 시작된다. 미술을 아는 사람들은 내 작품을 소비할 것이다. 사실 이건 미술이 아닌데 미술로 소비되는 것이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바로 미술이다.”
| 김홍석 작가(사진=국제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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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석은 그간 베니스비엔날레, 리용비엔날레, 광주비엔날레, 일본 모리미술관, 영국 테이트 리버풀 등에 참여하며 기존 미술에 대한 관습적이고 제한된 선입견에 도전하고 사회적 합의방식에 대해 비평적 질문을 해왔다.
남미 현대미술의 대표주자 오르테가는 ‘리딩 랜드스케이프’ 전으로 관람객을 찾는다. 대체로 조각작품이지만 멀티미디어 설치·사진·비디오 등 다양한 매체들을 포함하고 있다.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이 미국 LA현대미술관에 소장돼 있는 ‘코스믹 싱’(Cosmic Thing)이다. 폭스바겐의 대표 자동차 비틀의 차체를 해체해 공중에 매단 설치물이다. 마치 자동차 분해도 같다. 예상치 못한 새로운 형태지만 본질은 잃지 않는다는 의미다.
| 다미안 오르테가 ‘지구 중심으로의 여행: 관통 가능성’(사진=국제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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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선 우리 발밑 세상으로 관심을 뻗는다. 우리가 사는 지구와 지층이다. 설치 ‘지구 중심으로의 여행: 관통 가능성’은 폭파된 우주행성을 보는 느낌이다. 천장에 매달린 바위와 광물들은 마치 얼어붙은 빅뱅의 정지상태처럼 보인다. ‘정동석3-양파’는 반으로 쪼개진 암석. 하지만 실은 그의 집에 뒹구는 신문과 영수증, 포장지 등을 겹겹이 풀로 붙여서 만든 작품이다. 처음엔 조그맣게 뭉치기 시작해 나중엔 큰 덩어리가 된다. 오르테가는 “이걸 반으로 자를 때가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지구의 지층, 지질학에서 작품의 영감을 얻었다. 우리가 평소 밟고 있는 땅 아래의 세계에 관심이 갔다. 도시는 항상 변화하지만 땅속 지층은 얼마나 많은 역사적 정보를 함축하고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됐다.”
오르테가는 고교 학업을 중단하고 한동안 신문사에서 정치만화를 그리는 작가로 활동했다. 이후 남미의 현대미술가 가브리엘 오로츠코 등의 영향을 받으며 비영리 전시공간인 ‘아르테 44’를 통해 본격적인 작품활동에 들어섰다.
미술평론가인 유진상 계원예술대 교수는 “두 사람의 공통점은 보이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 것을 표현한다는 것”이라며 “김홍석은 보이지 않는 제작과정을 겉으로 드러내는 방식, 오르테가는 숨겨진 지층을 자르는 방법을 통해 일상의 재료를 지적 프로세스로 전환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5월 11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국제갤러리 2관·3관. 02-735-8449.
| 다미안 오르테가(사진=국제갤러리, ⓒ Damian Orteg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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