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서울 강남권과 경기 분당신도시 등 주요 지역 중소형 아파트 매매시장으로 중심으로 돌던 온기가 중대형 아파트로 퍼져 나가고 있다. 아직까지 일부 지역에 국한된 현상이긴 하지만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전반적으로 집값 상승세가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이 같은 흐름은 주택시장이 대세 상승기로 접어들 때만 유효한 것이어서 매도·매수 시점에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현지 부동산중개업계에 따르면 서울 노량진동 우성아파트의 경우 중소형뿐 아니라 전용면적 85㎡를 초과하는 중대형도 최근 들어 매도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값)가 많이 올랐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이 아파트 전용 124㎡형은 작년에 5억원에도 거래가 잘 안됐는데, 올해 초부터는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호가도 덩달아 뛰고 있다”며 “향후 집값 상승 기대감에다 그동안 시세 하락 폭이 커 투자 매력도가 높아진 것도 매수세 형성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 부동산시세를 보면 송파구 잠실동 ‘레이크팰리스’ 전용 116㎡의 경우 현재 평균 시세가 11억6250만원으로 한달 새 1000만원 정도 뛰었다. 인근 유성공인 관계자는 “호가는 실제 거래가보다 몇천만원씩 더 오른 상태”라며 “중소형 상승세가 중대형 매매가격까지 떠받치면서 매매시장이 전반적으로 회복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도봉구 창동 ‘북한산아이파크’ 전용 119㎡도 올 들어 1000만원 올라 5억8000만원 선에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이 아파트 평균 시세가 5억8000만원으로 오른 것은 2012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인근 오성공인 관계자는 “집을 팔려는 중대형 아파트 소유주들이 여전히 많지만, 작년과 달라진 점은 급매가 아닌 시세로 팔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매수 예정자라면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박천규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장은 “중대형 주택은 매매가격이 구매력에 비해 높고 생애 최초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는 등 정책적 제약 요인이 여전히 많다”며 “자칫 금리 상승 등 대내외적 변수가 발생할 경우 오히려 집값이 하락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투자용이 아닌 실수요자 입장에서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