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칼럼]2014년 워싱턴 정가 감상법

  • 등록 2013-12-24 오전 7:30:00

    수정 2013-12-24 오전 9:25:11

2013년의 워싱턴 정가는 대립과 분열이 지배한 한 해였다. 재정 절벽, 도·감청 파문, 정부 폐쇄와 디폴트 위기, 최근의 오바마케어 웹사이트 파동까지 정쟁의 연속이었다. 2014년 워싱턴 정치의 핵심 화두는 무엇일까.

팻 머레이 상원 예산위원장과 폴 라이언 하원 예산위원장이 주도한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했다. 향후 2년간 약 630억달러의 예산 증액이 이뤄져 자동 예산 삭감(시퀘스터)의 충격이 완화될 전망이다.

공화당의 증세 반대와 민주당의 삭감 예산 복원이라는 이해가 맞아떨어졌다. 봄으로 예정된 국가 부채 한도 증액 협상은 파국적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또 한번의 디폴트 위기는 공화당 브랜드에 치명적 타격을 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온라인 장터의 웹사이트 접속 불량 문제로 재현된 오바마케어의 실효성 논란은 내년에도 계속될 조짐이다.

연방정부의 노력 덕분에 10~11월 가입 실적은 36만4000명으로 늘어났고 12월 첫 주에만 11만2000명이 가입해 웹사이트 불량 문제는 진정되는 양상이다. 정부의 700만명 전망과는 달리 야당은 내년까지 200만명 정도 가입에 그치고 보험료도 인상될 것이라며 오바마케어를 비판하고 있다.

캐서린 세빌리우스 보사부장관은 하원 청문회에서 “최근 건강보험 가입은 매우 긍정적인 트랜드를 보여주고 있다”며 오바마케어가 조속히 착근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악화되는 빈부 격차 문제도 쟁점이 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잔여 임기 중 빈부 격차 완화와 빈곤 문제 해소에 올인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부자와 빈자 사이의 격차가 더 심해지고, 사회적 약자의 신분상승 기회가 줄어들고 있어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임을 역설했다.

퓨 리서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6%는 빈부 격차의 원인으로 경기 침체 등 외부적 요인을, 38%는 개인의 책임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공화당은 57대 27로 개인 책임론을, 민주당은 61대 24로 환경적 요인을 강조하고 있다.

최저 임금 인상을 둘러싼 힘겨루기도 계속될 것이다. 오바마는 작년 시간당 7달러25센트를 9달러로 인상할 것을 제안했고, 민주당은 시간당 10달러1센트를 주장하고 있다.

공화당은 물론 고용을 위축시킨다는 명분으로 반대한다. 고 테디 케네드 상원의원은 “최저임금은 빈곤을 퇴치할 수 있는 최상의 수단”이라며 임금 인상을 적극 옹호했다. 메사추세츠대 듀드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최저 임금이 10% 인상되면 빈곤이 약 2% 정도 줄어든다고 한다. 특히 노조 구성률이 7%선으로 떨어져 근로자 교섭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최저 임금 인상은 가장 실효성 있는 소득 재분배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민법 개혁을 둘러싼 공방도 낙관 불허다. 상원을 통과한 포괄적 이민법안은 하원에서 공화당의 반대로 표류 중이다. 1100만명 불법 체류자에 대한 시민권 부여를 사면이라며 반대하는 보수파의 입김이 여전히 강하다.

그러나 작년 대선에서 히스패닉의 71%와 아시안계의 73%가 오바마를 지지한 점, 히스패닉 인구가 백인 다음으로 많은 점 등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에게 어려운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존스홉킨스대 교수 말처럼 견제와 균형의 미국 정치가 소위 거부민주주의(vetocracy)로 변질되고 있다. 1971년 175개였던 로비 단체가 2009년 1만3700개로 급증했고 연간 35억달러가 로비 비용으로 지출되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CBS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바마의 국정 지지율은 지난달 사상 최저인 37%에서 42%로 회복 중에 있다. 빈부 격차 문제를 새로운 화두로 던진 오바마의 승부수가 과연 성공할지 워싱턴 정가의 관심이 뜨겁다.

<박종구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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