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영국 엔필드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 점포. 높은 상품 매대가 죽 늘어서 있는 공간은 흡사 창고형 매장을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쇼핑하는 고객 대신 직원들이 물건을 골라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돌아가는 바구니에 담고 있었다.
영국 테스코 왓포드 매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다양한 종류의 빵과 샐러드바가 시야를 가득 채운다. 그날 갓 구워 배송되는 빵과 샌드위치, 샐러드, 과일 등 다양한 간편식들은 카페테리아에 와 있는 느낌마저 들게 했다.
일반적인 대형마트와는 다른 이들 매장은 대형 유통기업 테스코가 불황과 저성장에 빠진 유럽 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나아갈 방향을 보여준다.
클릭으로 장보는 세상..더 빠르고 더 정확하게 | 테스코 닷컴점포에서는 컨베이어 벨트로 바구니(트레이)가 움직여 다이며 고객들이 주문한 상품을 담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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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코 닷컴 점포는 대형마트의 온라인몰이 진화된 형태다. 초기에는 온라인몰로 주문이 들어오면 인접 점포에서 직원이 대신 장을 보고 배송을 하는 시스템이었다. 국내는 지금도 이 방식을 쓰고 있다. 문제는 수요가 급증하면서 발생했다. 각 점포에서 처리하지 못할 만큼 주문이 몰리자 테스코는 온라인몰을 전담하는 오프라인 매장인 이른바 ‘닷컴 점포’를 만들었다.
닷컴 점포에서는 피커(picker)들이 컨베이어 벨트를 옮겨 다니며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집어 바구니에 담는다. 손목에 찬 기계를 통해 어떤 상품을 얼마나 담아 어떤 바구니에 집어야 할지 지시가 나온다. 해당 상품을 바구니에 담으면 바구니는 다음 상품을 향해 움직이고 기계에서는 피커가 이동해야 할 위치를 알려준다.
◇ 많이 찾는 물건 전면에..“상품진열 공식 다 바꿔”
| 테스코 왓포드 점포 매장을 들어서면 샐러드바와 간편식(위)) 및 베이커리 코너를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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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코 왓포드 매장은 대대적인 ‘점포 리프레시 프로그램’을 거쳐 지난 8월 새롭게 태어났다. 가장 큰 변화는 식품 강화다. 진열공간이 확대됐을 뿐 아니라 매장 입구부터 고객 동선에 따라 ‘금싸라기’ 매대를 모두 식품으로 채웠다.
보통 대형마트가 고객들의 매장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 식품 매대를 뒤로 빼는 것과는 정반대다. 테스코 관계자는 “고객들이 마트에서 가장 많이 구매하는 식품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우선적인 니즈를 만족시키려는 것”이라며 “조사 결과 고객들은 매장에 들어서 식품을 처음 접했을 때보다 편안하게 쇼핑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각 매장의 전문화, 고급화도 변화된 점이다. 의류, 아동, 전자, 화장품 등의 코너는 백화점과 같이 별도의 매장처럼 꾸몄다. 또 주류 및 음료 코너는 매대 높이를 낮추고 매대 사이의 통로를 넓혀 오래 머물면서 편하게 상품을 찾고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또 유모차나 가정용품 등은 상품을 직접 체험해 보고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닷컴센터·리프레시 점포, 불황에도 성장세 ‘쑥쑥’
초기에 이들 점포는 회사에 큰 부담이었다. 왓포드 매장의 경우 상품 진열 공간이 줄고 상품 구색은 오히려 늘면서 운영 효율성이 20% 가량 감소했다. 닷컴점포는 최첨단 자동화 설비를 도입해야 하는 만큼 초기 투자 비용이 300억~500억원으로 일반 점포의 2~3배 정도 들어간다.
하지만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테스코에 따르면 점포 리프레시 프로그램을 적용한 점포들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평균 3~5% 신장했다. 같은 기간 영국 전체 산업 매출이 2% 신장에 그치고 이익은 7.4% 감소한 것을 상당히 선전한 것이다. 닷컴점포 하나가 12개 일반 점포의 온라인 주문량을 담당하고 있고, 해마다 50%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 닷컴점포에서 피커들은 손목에 찬 PCS(Picking Control System) 단말기를 통해 골라 담아야 할 상품 목록, 해당 상품이 진열된 장소, 봉투 필요 여부와 같은 고객 요청사항 등을 확인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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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닷컴점포 내부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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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닷컴점포 외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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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왓포드 점포 샐러드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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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왓포드 점포 와인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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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왓포드 점포 화장품 매장에서는 고객이 네일서비스를 받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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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왓포드 점포 샐러드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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