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분양 현수막 들고만 있어도 괜찮다?

  • 등록 2012-04-26 오전 6:00:00

    수정 2012-04-26 오전 6:00:00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4월 26일자 39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류의성 기자] 지난 17일 점심 무렵 서울 강남역 인근 서초 삼성타운 인근. H건설사 분양관계자들이 모여있었다. 이달 말 분양하는 S오피스텔을 홍보하기 위해서다.

서초 삼성타운은 근무하는 삼성맨만 해도 9000명이 넘는 곳이다. 홍보하기엔 목이 딱 좋다. 서초 삼성타운을 중심으로 강남 상권의 하루 유동인구는 약 12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때문에 각종 현수막과 전단지 등 홍보물이 넘쳐난다.

분양 관계자들은 2명이 조를 이뤄 현수막을 펼쳤다. 그들은 현수막을 걸지 않고 들고 서 있었다. 점심 시간이 끝날 때 쯤 그들은 철수했다.

지난 달에는 S사가 공급하는 S오피스텔 분양 관계자들이 현수막 홍보를 하는 등 이 곳에선 아파트나 오피스텔 홍보물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이들은 왜 현수막을 걸지 않고 서 있는 것일까. 분양대행사 A씨는 "지정되지 않은 곳에 현수막을 걸면 불법이라 들고 서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수막이 생각보다 광고 효과도 뛰어나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모델하우스 청약 고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고 했다. 고객 중 55%는 인터넷 배너 등 온라인 광고를 보고 찾아왔다고 답했고, 30% 이상은 현수막 광고를 보고 왔다고 했다. 즉 청약 고객 10명 중 3명 이상은 현수막을 보고 왔다는 얘기다.

그는 "이런 이유 때문에 현수막은 아파트 홍보에 있어서 중요한 수단이다"이라고 말했다. 현수막 제작 비용만 있다면 광고 효과는 그 이상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그의 말대로 분양 현수막을 들고 서 있는 건 괜찮을까.

그렇지 않다. 원칙적으로 들고 서 있는 것도 불법이다. 옥외광고물등관리법 시행령 제12조에 따르면 지면이나 건물, 그밖에 인공 구조물 등에 고정되지 않고 이동할수 있는 간판은 설치할 수 없도록 원천적으로 금지돼 있다. 다만 적법 정치활동을 위한 행사용이나 집회, 교통안내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현수막만 적용을 받지 않을 뿐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그런 것들을 다 단속하기에는 인력이 부족해 현실적으로 단속이 힘들고, 들고 서있는 건 일시적이라 시민들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단속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일정시간 잠복해 있다가 적발하지 않는 이상 단속이 불가능하고, 큰 피해가 없기 때문에 다른 위반사항보다 애교로 봐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과태료는 얼마일까. 자치구별로 다를 수 있지만 행정안전부가 정한 현수막 과태료 부과 표준기준은 현수막 넓이별로 차이가 있다. 3㎡ 미만은 8만~15만원이다. 5~10㎡은 35만~80만원이다. 10㎡ 이상이라면 기본 과태료 80만원에 초과면적당 1㎡당 15만원이 추가된다.

통행하는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는다면 어떻게 보면 `사람걸이 현수막`은 얘교로 봐줄 수도 있겠다. 사실 미분양 아파트 단지가 많은 곳에선 불법 현수막을 자주볼 수 있다. 단속의 손길이 느슨한 주말에 집중 등장한다. 토요일 낮에 걸어 일요일 저녁에 수거하는 식이다. 심지어는 단속반 뒤를 쫓아다니면서 현수막을 제거하면 다시 붙이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

오랜 시간 동안 현수막을 들고 서 있는 사람들이나, 단속을 피해가며 현수막을 걸는 사람들. 극심한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 어떻게든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홍보하고 팔아치우려는 관계자들의 노력이 애처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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