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2010년 국내 최초 태블릿PC K패드를 출시를 계획했다. 출시 시점은 9월. 당시는 애플 아이패드나 삼성전자 갤럭시탭 조차 국내 출시되기 전이다. 저렴하게 판매해 보급형 태블릿PC로 시장을 선점해 보겠다는 전략인 셈. 이를 위해 KT는 스펙 설계와 판매 유통을 담당하고, 생산은 1차 협력업체 엔스퍼트에 맡겼다. 국내 첫 안드로이드 태블릿PC를 만들기 위해 양측은 몇 달간 사전 협의 과정을 거쳤다. 그 뒤 8월 KT는 엔스퍼트에게 3만대의 태블릿PC를 135억원에 공급받았다. 이어 한 달 뒤 17만대를 추가 주문했다. 계약 대금은 561억원으로, 엔스퍼트 2009년 매출액의 70% 수준이다. 문제는 이때부터 발생했다. KT는 엔스퍼트 생산제품에 품질문제가 생겼다며, 추가 주문한 17만대 태블릿PC를 공급받지 않았다. 공급대금 역시 지급되지 않은 것. ◇KT "품질문제 뒤늦게 발견..공급받을수 없었다" 이와관련, KT 측은 "초기 3만대 공급물량은 검수 과정을 생략했다"며 "중소기업 지원 차원에서 빨리 제품을 출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판매 이후 초기 받은 3만대 물량에서 고객불만이 제기됐다"면서 "그래서 추가 계약 물량에 대한 검수를 실시했는데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초도물량에 대한 품질검사가 이뤄지지 못한 잘못은 인정하지만, 결국 품질기준에 미달된 제품을 만든 것은 엔스퍼트 측 잘못이라는 뜻이다. 결국 양측은 올해 3월 계약을 변경했다. K패드는 올해 1월 판매를 중단하고, 4월 판매불가 상품으로 반품처리했다. 이어 계약규모를 561억원에서 177억원으로 축소시키고, K패드 대신 후속 `K패드` 모델과 엔터넷전화기(SoIP)를 납품받기로 했다.
KT 관계자는 "K패드가 우리가 요구한 스펙에 맞지 않아, 대신 규모를 줄이면서 다른 제품을 구매하기로 했다"면서 "엔스퍼트 측이 상황이 절박하다며 매달렸다"고 말했다.
◇엔스퍼트 "추가물량 구매않기 위한 핑계다" 하지만 엔스퍼트 측 입장은 다르다. 회사 관계자는 "K패드는 KT가 개발단계부터 검증해 양산에 들어간 제품"이라면서 "8월 1차로 구매한 3만대 제품판매가 부진하자, 2차로 주문한 17만대 물량을 사지 않기 위해 핑계를 대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1차 공급제품을 검수하지도 않고 바로 시장에 출시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견해다. 그는 "결국 자금압박에 시달려, 울며 겨자 먹기로 KT와 다시 계약할 수 밖에 없었다"면서 "KT는 KT캐피탈을 통해 자금도 지원하기로 계약서에 명시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협력업체 줄도산 위기
양측간 책임공방이 1년째 이어지면서 2∼3차 협력업체의 자금 사정은 더욱 악화됐다.
더 큰 문제는 엔스퍼트에 부품을 공급하는 2·3차 업체들도 줄도산 위험에 빠졌다는 것이다. 단말기 케이스를 공급한 한 2차 업체는 5억원 가량의 납품 대금을 받지 못해 올들어 2~3차례의 부도 위기를 겪었다. 이 업체에 제품을 공급하는 10여개의 3차 협력업체들이 자금난에 빠지면서 위아래서 모두 자금압박을 받고 있다. 결국 이 업체는 지난 4일 엔스퍼트를 상대로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했다.
회사 관계자는 "우리 사정도 다르지 않다"며 "회사에 납품하는 3차 협력업체에 지급명령을 받았고, 채권 추심까지 당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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