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임에도 불구하고 이웃 할아버지와 같은 인상과 검소한 생활, 기부문화에 앞장서는 모습이 항상 귀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마하의 현인`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하지만 친근하고 자상한 이미지만이 그의 오늘이 있도록 한 것은 아니다.
닷컴 등과 같은 시대적 유행에 영합하지 않고 `가치투자`라는 신념 아래 장기투자의 표본을 보여준 뚝심과 혜안이 인정받았고, 두터운 신뢰를 쌓은 것이다. 버핏의 일거수 일투족이 월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까닭이다.
버핏이 신용등급 강등 위기에 몰려있는 채권보증업체들(모노라인)을 상대로 8000억달러의 지방채 재보증을 제안하자 뉴욕 주식시장이 랠리를 펼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버핏의 말한마디가 `지방채=이상무`라는 공식으로 적용되면서 금융권의 부실자산을 양산할 수 있는 모노라인 사태의 우려감을 상당히 덜어냈기 때문이다.
시큐리티 글로벌 인베스터의 펀드매니저인 마크 브론조는 "버핏과 같은 사람들의 제안이 신용 문제의 일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잠재적인 해법이다"며 "그 이유는 시장이 긍정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드레맨 밸류 매니지먼트 LLC의 펀드매니저인 데이비드 드레맨은 "금융권의 핵심적인 상각처리는 이미 바닥을 쳤고, 그들의 주가는 급락한 상태"라며 저가 매수의 기회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버핏의 제안이 월가의 모든 근심걱정을 날려버릴 수 있을까. 곰곰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분명 버핏은 "이번 제안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관련된 채권은 포함돼 있지 않다"고 못박았다. 다시말해 버핏의 가치투자 잣대로 보면 지방채는 전염이 별로 안됐지만 서브프라임 사태는 아직 갈길이 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미국의 3대 채권보증업체인 MBIA와 암박파이낸셜, FGIC의 지방채를 재보증하게 되면 채권보증시장의 33%를 일순간에 점령하게 되기 때문이다.
버핏의 제안에 대해 한 업체는 즉각 거부의사를 표명했고, 나머지 두업체도 묵묵부답인 것은 이 때문이다. 실제로 MBIC와 암박의 주가는 사업기회 상실에 대한 우려감으로 급락했다.
버핏의 제안이 신용위기에 대한 걱정을 일정부문 덜어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과대평가하거나 확대해석해선 곤란한 이유도 명확하다고 볼 수 있다.
밀러 타박의 전략가인 피터 부커는 "실제로도 지방채는 채무불이행 비율이 1%도 되지 않기 때문에 누구라도 제안할 수 있는 것"이라며 버핏 효과의 지속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웨스트우드 캐피탈의 매니징 디렉터인 렌 블럼은 "투자자들은 너무 앞서 가는 것에 대해 조심해야 한다"며 "최근의 소매지출 지표는 미국 국민들이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금융부문의 문제가 모두 드러낸 게 아니다"며 "이 시점에서 워렌 버핏과 같은 매우 정교한 투자자들이 투자에 나설지라도 금융부문은 여전히 취약한 상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