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디즈니의 역경과 재도전

  • 등록 2003-02-10 오전 8:38:41

    수정 2003-02-10 오전 8:38:41

[뉴욕=edaily 이의철특파원] 디즈니의 도시, 미국 플로리다 올란도는 지역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디즈니 왕국"이다. 거리의 표지판 뿐만 아니라 호텔과 음식점, 렌트카에 이르기까지 디즈니와 연결되지 않은 것이 없다. 적어도 올란도에선 모든 길은 "디즈니"로 통한다. 올란도를 방문한 관광객들은 그저 즐기기만 하면 된다. 물론 지갑을 열고 돈을 지불해야 하는 책임은 관광객들에게 있다. 테마파크로 들어서면 왕국의 꿈은 현실로 부활한다. 디즈니 영화의 장면 장면을 그대로 재현해낸 무대와 각종 캐릭터가 살아 숨쉬고, 인간의 상상력을 최대한으로 동원해낸 피조물들이 움직인다. 콜라 한잔에 2.5달러나 하는 살인적인 물가 앞에서만 관광객들은 "현실"로 돌아온다. 월트 디즈니는 최근 1분기(2002년 10월~12월) 순익이 전년 동기에 비해 42% 줄어든 2억56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액은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6.4% 증가한 74억7000만달러였다. 디즈니의 분기순익은 비록 지난해보다 줄긴 했지만 월가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만족시키는 수준이었다. 방송채널 ABC의 부진과 리스부문에서의 대규모 비용상각에도 불구하고 디즈니가 예상순익을 만족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올란도 등 테마파크 부문의 선전 때문. 디즈니의 테마파크 부문 매출은 지난 1분기에 15억달러, 순익은 2억2500만달러를 기록했다.디즈니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불과하지만 순익의 90%를 테마파크가 담당한 것이다. 기업, 특히 미국 기업에선 CEO의 책임이 큰 만큼 권한도 크다. 디즈니 테마마크가 여전히 디즈니의 "캐쉬 카우"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제임스 라줄로라는 테마 파크 담당 CEO의 역할이 컸다. 3개월 전 디즈니의 테마파크 및 리조트 부문 CEO로 승진한 라줄로는 이번 분기실적을 통해 취임 이후 첫번째 성적표에서 합격점을 받아냈다고 볼 수 있다. 올해 47세의 라줄로는 컬럼비아대학(경제학 학사)과 시카고대학 MBA 출신이다. 이후 매리어트 호텔에 입사했다가 지난 85년 디즈니로 자리를 옮겨 기업협력부, 엔터테인먼트 부사장, 유로디즈니 CEO 등을 역임했다. 사실 디즈니 테마파크는 2000년을 정점으로 입장객 감소라는 어려움에 직면했다. 여기에 직격탄을 가한 것이 지난 2001년의 9.11테러였다. 비행기 승객이 줄고 관광객이 줄면서 테마파크의 매출과 순익은 곤두박질쳤다. "테러와의 전쟁" 와중에 테마파크에서 한가히(?) 즐길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입장객 감소는 올란도의 테마파크 뿐만 아니라 캘리포니아와 도쿄 파리 등 전세계적인 디즈니 테마파크의 공통된 과제였다. 올란도의 매직킹덤은 지난 97년 1700만명(연간기준)을 기록했던 입장객이 지난해 1400만명으로 줄었다. 에캅센터(EPCOT)는 1200만명에서 800만명으로, MGM스튜디오도 1050만명에서 800만명으로 감소했다. 도쿄디즈니와 파리디즈니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라줄로는 취임하자마자 전세계적으로 10여개에 이르는 디즈니 테마파크를 재단장했다. 특히 미국내 테마파크에 대해선 국내관광객들 뿐만 아니라 국제 관광객들을 유치하기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또 개인 취향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 이를 실행에 옮겼다. 라줄로는 테마파크의 새로운 활력으로 "라이브 쇼"를 강조한다. 브로드웨이 스타일의 "라이언 킹"이나 "미녀와 야수"를 뮤지컬 형태로 무대에 올리는 것이다. 이미 캘리포니아 디즈니에선 "알라딘"을 40분짜리 뮤지컬로 만들어 관객들의 반응을 시험중이다. 경제적으로도 이같은 시도는 수지가 맞는 장사라는 것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이다. 엔터테인먼트 애널리스트인 스티브 베이커는 "라이브 쇼를 강화하는 것은 경제적인 마케팅"이라며 "1억달러를 쏟아부어 놀이기구 하나를 만드는 것보다 (재정적으로) 훨씬 덜 위험하다"고 밝혔다. 베이커는 "디즈니는 인기를 끄는 시설물에 과다하게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며 "현재와 같이 라이브 쇼에 초점을 맞춘 전략은 적절한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디즈니가 대형 시설물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에캅센터는 올해말 1억2000만달러를 투자한 우주체험 비행관을 선보인다. 우주공간을 가상 체험해볼 수 있는 시설물이다. 또 내년엔 캘리포니아 디즈니랜드에 올란도에만 있던 "타워 오브 테러"가 문을 연다. 이와 함께 눈을 밖으로도 돌리고 있다. 대중국 투자를 앞당겨 홍콩 외곽 란타우 섬의 페니만 매립지에 총 40만평 규모로 "홍콩 디즈니 랜드"를 짓기로 했다. 홍콩 디즈니랜드는 세계적으로 다섯번째이자 중국내 최초의 디즈니 테마파크다. 당초 디즈니는 2010년경에 대중국 투자를 계획하고 있었으나 경쟁사인 유니버셜이 상해 테마파크를 짓는 것을 겨냥해 오는 2006년까지 홍콩 디즈니랜드를 개관키로 했다. 홍콩 디즈니랜드에는 2개의 호텔과 상점, 레스토랑 등이 들어서며 철도와 고속도로로 홍콩의 중심가 및 공항으로 직접 연결될 예정이다. 라줄로가 주도하는 디즈니 테마파크의 미래가 마냥 장밋빛만은 아니다. 가장 큰 난적은 예상보다 더딘 미국의 경기회복이다. 라줄로 자신도 "아직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 미래에 대해 단언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올해도 입장객 수가 대폭 늘어나긴 힘들다는 것이 디즈니측의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마파크사업이 디즈니내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임이 분명하다. 단순히 많은 이익을 벌어들여서가 아니라 테마파크를 지탱하는 미국과 전세계의 어린이들이 끊임없이 태어나고 또 디즈니를 방문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에 "에버랜드"와 같은 토종 테마파크가 있다는 사실은 상당히 뿌듯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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