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 종목들이 미국증시의 강세를 이끌고 있다. ‘매그니피센트 7’(Magnificient 7)으로 불리는 7개 종목이 그들인데, 시가총액 3조 달러 반열에 오른 마이크로소프트(2024년 등락률 +23.9%), 애플(+18.3%), 엔비디아(+158.8%) 등이 강세를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시가총액 2조 달러대인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35.3%)과 아마존(+31.1%)도 쉼 없는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 밖에 메타가 49.3% 상승했고, 부진의 늪에서 헤매던 테슬라도 7월 들어 힘을 내면서 2024년 수익률을 플러스(+1.8%)로 반전시켰다. 미국 증시를 대표하는 S&P500지수의 전체 시가총액 중 ‘매그니피센트 7’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34.2%까지 높아졌다.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4차 산업혁명에서 창출되는 수요는 기존의 비효율적인 플레이어들의 파이를 잠식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아마존은 기존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쇠락을 등에 업고 약진했다. 아마존이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하면 기존 플레이어들이 몰락해 ‘아마존 공포지수’가 만들어질 정도였다. 또한 구글과 메타는 기존 언론사들의 광고 수입에 결정적인 타격을 가했다. 한국에서도 쿠팡의 성장은 오프라인 대형 유통업체들의 손익을 적자로 반전시켰다. 신기술이 파이 자체를 키우면 ‘윈윈’이 될 수 있지만, 4차 산업혁명은 기존 파이가 더 효율적인 플레이어들로 넘어가는 ‘제로섬 게임’의 성격이 강하다. AI가 극강의 효율을 통해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높일 수도 있겠지만 이 과정에서도 기존 플레이어들의 도태는 불가피할 것이다.
소수의 잘 나가는 빅테크 기업들에도 요즘과 같은 극심한 주가 쏠림은 바람직하지 않다. 실물 경제에서 기업의 가치는 장기간에 걸친 활동을 통해 형성된다.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때 종종 ‘영속기업’의 가정이 들어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반면 주식시장은 아주 먼 미래에 기대할 수 있는 기업의 실적을 당장의 주가에 투영할 수도 있다. 아무리 훌륭한 기업이라도 그 기업의 미래가치를 주가가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면 좋은 투자의 대상이 아니다. ‘매그니피센트 7’의 주가가 버블이라는 주장을 하는 게 아니다. 상당히 먼 미래의 실적에 대한 기대까지도 주가는 반영하고 있는데, 미래에 대한 기대는 당장 검증될 수 없다. 기대의 타당성 여부를 지적하는 게 아니라, 미래에 대한 기대는 시간이 흘러가봐야 검증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이다.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은 희미하기에 미래에 대한 믿음의 공고화 여부는 대중들의 수용도에 달려있다. 대중이 믿으면 높은 밸류에이션이 수용될 수 있고, 믿지 않으면 밸류에이션이 낮아져도 외면받을 수 있다. 아마존은 위대한 기업의 반열에 올랐다고 생각하지만, 닷컴 버블 때 달아오른 주가가 조정을 받을 때 고점 대비 94%나 하락했고,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65%나 급락한 이후 6년 여의 횡보기를 거쳤다. 4차 산업혁명의 배타적 성격은 특정 종목으로의 쏠림을 부르고 있고, 선도주들의 밸류에이션 부담은 이에 비례해 커지고 있다. 어떤 대가를 지불해도 좋을 투자 대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주도주들의 높은 밸류에이션은 시장 전반의 극심한 변동성을 예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