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원 서비스 플랫폼 ‘정부24’에서 오류가 발생해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을 한 달이나 지나서야 밝혀 빈축을 사고 있다. 성적·졸업증명 등 교육 관련 민원과 법인용 납세증명 등 국세 관련 민원에서 신청자가 아닌 다른 사람의 정보가 담긴 서류가 발급됐다는 것이다. 발급 오류는 지난달 초 처음 인지됐고, 이후 조사를 통해 1200여 건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이런 사실은 지난 주말 언론 보도로 먼저 알려졌고, 정부는 그 뒤에야 허겁지겁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
정부가 한 달가량이나 오류에 대해 함구한 것은 정상적인 행정 행태로 보기 어렵다. 온 국민이 이용하는 민원 서비스 플랫폼에서 발생한 오류이니 가급적 일찍 사실대로 알려 각자가 경계하도록 하면서 필요한 응급 대응을 하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이었다. 그런데 정부는 쉬쉬하기만 했다. 그 사이 4·10 총선거가 있었으니 정치적 고려가 앞선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도 하다. 오류와 그로 인한 피해 범위를 조사하는 데 시간이 걸렸을 수 있지만, 그런 일은 사실을 공표한 뒤 해도 늦지 않은 것이었다.
정부의 사후 해명과 조치도 미흡하기 짝이 없다. 행정안전부는 잘못 발급된 서류들을 확인되는 즉시 삭제했고, 현재는 민원서류 발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름·주소·주민등록번호를 비롯한 개인정보가 유출된 당사자들에게 관련 내용을 전화와 우편 등으로 알렸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런 조치만으로 일단 일어난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 발생 가능성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다. 이번 오류의 원인으로 ‘프로그램 개발상의 실수’만을 내세우는 태도도 한심하다. 그런 실수가 걸러지지 않게 한 전산 시스템 관리 체계의 허술함이나 관련 공무원들의 직무기강 해이도 짚어봐야 할 텐데 이런 방면의 언급은 한마디도 없다.
정부 전산망 오류는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6월에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나이스)에서, 올해 2월에는 지방세입정보시스템에서 각각 오류가 발생해 많은 불편과 피해가 초래됐다. 정부 전산망 오류가 끊이지 않고 되풀이되는 이유를 다시 따져보고 근본적 대책을 세우길 바란다. 정부 전산망 오류는 자칫하면 대규모 사회적 재난을 불러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