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사전투표일이 이틀 후로 다가왔지만 불량 후보들의 상식 이하 언행과 추한 민낯이 속속 드러나면서 유권자들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각 정당이 앞다퉈 “새 인물로 새판을 짜겠다”고 했지만 자질과 도덕성이 국민 눈높이에 크게 미달하는 후보들이 수두룩해서다. 선거판이 어느 때보다 어지럽고 국민의 실망은 커지는 데 이런 후보들을 공천한 정당은 사과 한마디 없이 침묵으로 버티고 있다. 후보나 당이나 모두 민심을 우습게 안다는 증거다.
불량 후보들의 공통된 특징은 막말·위선·편법으로 공정과 상식 파괴를 밥 먹듯 했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의 기본 룰을 마구 훼손한 것이다. 민주당 김준혁(수원정) 후보는 “이화여대 초대 총장 김활란 박사가 이화여대생들을 미군 장교에게 성 상납시켰다”고 말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초등학생과 성 관계를 했을 수 있다”고도 했다. 과거 유튜브 발언이라지만 소양과 인성이 의심스러운 추측성 막말이다. 의원이 되면 면책특권을 방패로 얼마나 더 심한 막말을 쏟아낼지 암담하다.
대학생 딸 명의로 새마을금고에서 11억원을 사업자금으로 빌려 집구입에 쓴 같은 당 양문석 후보(안산갑)는 더 심각하다. 공천 과정에서도 막말 시비로 사퇴 요구가 끊이지 않았던 그는 대출 과정과 사용처 등을 놓고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으로 오락가락했다. 금고가 편법 대출을 제안했다고 말했지만 금고측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해 거짓말 의혹까지 보탰다. “내 대출로 사기 피해 본 사람 있냐”는 식의 억지와 오만이 가득한 그의 언행은 도덕·상식과 거리가 멀다.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1번 박은정 후보는 검사장 출신 남편이 변호사 개업 1년 만에 수임료로 약 40억원을 번 데 대해 전관예우 비판이 들끓자 “전관예우라면 160억원은 벌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남편은 현직 때 보고받고 지시했던 대형 코인 사기 사건의 일당 중 한 명을 변호했다니 도덕불감증에 말문이 막힐 정도다.
자질 부족 후보들의 국회 진출은 의회 민주주의 타락을 부른다. 정당들이 구멍 난 그물처럼 불량 후보들을 대거 선거판에 내보낸 이상 옥석 가리기 공은 국민에게 넘어왔다. 민심이 눈을 부릅뜨고 정확히 투표해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