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다리 명칭…서울→경기서울→경기 "이 순서 맞는거죠?"

구리시-강동구 3번째 교량 명칭두고 힘겨루기
'강동'-'구리암사'…균형위해 세번째는 '구리'
유독 경기-서울 잇는 다리 명칭엔 서울이 우선
"균형은 당연…경기 정체성에도 '구리대교' 맞아"
  • 등록 2023-08-08 오전 6:00:00

    수정 2023-08-08 오전 6:00:00

[구리=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첫번째 과자는 철수가 가졌고 두번째는 철수와 영희가 절반씩 나눠가졌어. 그럼 세번째 과자는 영희가 갖는게 맞지.”

아주 어릴때부터 부모님과 선생님에게 배웠던 ‘균형’에 대한 개념이다.

그런데 세종포천고속도로의 한강 횡단 교량의 이름을 두고 서울시 강동구가 이 당연한 개념을 거스르는 주장을 펼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경부고속도로 교통난 해소를 위해 건설 중인 세종포천고속도로의 14공구는 경기도 구리시 토평동과 서울시 강동구 고덕동과 간 1.73㎞를 연결하는 왕복 6차로의 한강 다리다.

현재 공사중인 세종포천고속도로의 한강 횡단 교량을 경기도 구리시에서 바라본 전경.(사진=구리시 제공)
구리시와 강동구를 연결해 올해 말 개통을 앞둔 두 지자체 간 세번째 다리의 명칭에 대해 강동구가 여전히 ‘고덕대교’를 고수하고 있다.

강동구는 “공사기간 동안 주민들이 받아온 불편, 세종포천고속도로 건설을 위해 고덕강일 공공주택지구개발사업에서 500억 원이 넘는 분담금을 조성한 점 등 여러 사유로 ‘고덕대교’로 명칭이 정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로 다른 지역을 연결하는 교량인 만큼 이름을 정하기 애매할 수 있겠지만 과거의 상황을 되짚어 보면 고민의 여지가 없다.

1991년 개통한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당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의 한강 횡단 교량으로 구리시 토평동과 강동구 강일동을 연결하는 다리는 ‘강동대교’로 이름 붙여져 강동구가 명칭을 가져갔다.

이후 구리시 아천동과 강동구 암사동을 연결하기 위해 2015년 완공한 ‘구리암사대교’가 두 지자체의 지명을 모두 사용한 중립명칭으로 지정됐다.

‘구리대교’로 이름이 지어진다면 두 지자체 사이에 놓인 3개의 다리 명칭에 대한 균형이 이뤄지고 ‘고덕대교’가 될 경우 또 다시 서울 중심의 행정편의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다른 곳은 어떨까?

남양주시와 하남시는 팔당대교(남양주)와 미사대교(하남)로 하나씩 나눴고, 고양시와 김포시를 연결하는 김포대교(김포)와 일산대교(고양)도 각 지자체 명칭을 번갈아 지정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경기도와 서울시를 연결하는 교량에서는 유독 서울시가 명칭을 가져간 곳이 많다.

경기 고양시 현천동과 서울 강서구 마곡동을 연결하는 ‘마곡대교’와 고양시 강매동과 강서구 방화동을 잇는 ‘방화대교’가 그렇다.

고양시 행주동과 강서구 개화동 사이에 놓인 ‘신행주대교’만 경기도 고양시의 명칭으로 지정됐다.

과거 서울의 주변으로 취급받던 경기도지만 이제는 인구 규모만 놓고 봤을때 서울시에 비해 50% 가까이 많은 대한민국 최대 광역자치단체인 만큼 이런 서울시 중심의 행정편의주의를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경기도 지자체들의 논리다.

백경현 구리시장은 “한강의 33번째 다리를 ‘구리대교’로 명명해야 하는 것은 서로 하나씩 나눠갖는 균형의 개념은 물론 경기도가 전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광역자치단체로써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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