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다시 기로에 섰다. 내달 임기 만료를 앞두고 허창수 회장·권태신 상근부회장이 최근 사의를 표하면서다. 두 사람의 퇴장은 전경련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경제단체 맏형 지위를 되찾으려 했던 계획이 무산된 영향이 적잖다는 게 정설이다. 2011년부터 전경련을 이끌어온 허 회장마저도 자신의 퇴임을 계기로 전경련의 대대적 쇄신을 주문할 정도인 만큼 전경련으로선 지도부 물갈이를 포함한 역할 재정립 등 전례 없는 변화의 바람을 맞을 수밖에 없게 됐다.
재계 안팎에선 전경련이 ‘위상 높이기’에만 몰두, 현 정권의 눈 밖에 났다는 말이 나돈다. 작년 11월 윤 대통령의 인도네시아 방문 때까지 동행했던 허 회장은 12월 말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윤 대통령과 경제 5단체장 만찬에서 배제된 데 이어 이번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경제사절단 명단에서도 빠졌다. 그렇다 보니 재계는 여전히 전경련과 거리를 두고 싶어한다. 한 관계자는 “전경련이 지난해 말부터 삼성·SK 등 4대 그룹을 찾아 회원사 복귀를 타진했지만, 부정적 답변을 들은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전경련 내부는 동요하고 있다. 일부 임원은 ‘외부 명망가라도 모셔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고 있다. 그러나 직원들 사이에선 ‘재계 목소리를 대변하는 순수 민간 경제단체 역할을 그만두자는 것이냐’는 반발이 적잖다. 윤 대통령과 가깝다는 이유로 “김종석 대통령 소속 규제개혁위원회 민간위원장이 적임”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겸임해야 한다” 등의 목소리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허 회장은 2017년과 2019년, 2021년에도 물러나겠다고 뜻을 피력했으나 마땅한 후임자가 없자 회장직을 계속 맡아왔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퇴임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