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4년 만에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것은 에너지와 원자잿값 등이 오르면서 수입이 큰 폭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과 세계 경기침체가 원인으로, 이를 통해 우리 산업의 민낯을 보게 됐다. 원자재를 수입해 가공한 후 제품을 수출하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가 원자잿값 상승과 보호무역 등 외부 요소에 얼마나 취약하고 무력한지 눈으로 직접 확인하면서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패권 다툼 속에서 살아남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내외 석학과 전문가 대부분은 하나의 답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그들이 제시하는 방법에는 높은 확률로 대만의 TSMC가 예시로 거론된다.
TSMC처럼 패권이나 진영과 상관없이 세계 어느 곳에서라도 필요로 하는 기술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라는 얘기다. 구체적으로는 반도체 또는 이차전지(배터리), 바이오 등 신산업과 함께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는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와 같은 미래기술을 손꼽는다.
이에 국내 기업들도 국내외 시장 진출을 노리고 대비에 한창이다. 클라우드만 해도 네이버와 KT, NHN과 삼성SDS 등이 조직을 개편하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
정부도 과학기술정통부가 지난해 말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428억 원 규모의 ‘K-클라우드’ 프로젝트 진행과 AI 인재 확보를 핵심으로 내세우며 관련 분야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는 등 흐름을 제대로 읽고 있다는 평가다.
유럽연합(EU)은 최근 외국 기업들이 공공시장에 진입할 때 자국에서 받은 보조금이나 세제혜택도 심사하며 EU 내 기업들을 보호하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우리는 반대로 글로벌 기업을 위해 앞장서 공공 시장을 열어준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은 지난해 650조 원 규모에서 2025년 1000조 원 시장까지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성장이 빠른 만큼 기술과 서비스 혁신 경쟁도 치열할 수밖에 없고, 이에 집중할 시간도 부족하다.
클라우드뿐만 아니다. AI와 배터리 등 미래산업 모두 비슷한 상황이다. 갈길 바쁜 기업들을 위해 급성장 시기만이라도 ‘찬물’ 대신 ‘지원’에만 집중할 수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