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연금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연금개혁 해법이 정치에 있다고 봤다. 국민적 합의도 물론 중요하지만, 개혁을 밀어붙이기 위해서는 추진력 있는 정치인의 힘이 무엇보다 주효하다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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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일본 도쿄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 연구소에서 만난 연구소의 연금 전문가들은 2004년 일본 연금개혁 주도 세력으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를 꼽았다. 레이코 하야시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 연구소 부소장은 “이제 막 정치를 시작한 그분 덕분에 (연금) 혁신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슈뢰더 독일 총리와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연금개혁을 추진한 뒤 정권 교체를 겪었다. 하지만 고이즈미 전 총리의 정권은 연금 개혁 이후에도 이어졌다. 코지마 카츠히사 박사도 “(고이즈미 전 총리의 경우) 개혁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다”며 “파격적인 개혁을 통해 지지를 얻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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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재정안정화 목표 보험료율을 2004년의 13.58%에서 매년 0.354%포인트씩 인상해 2017년 18.3%로 올렸다. 이후 보험료율을 이 수준(최고보험료율)에서 고정했다. 일본에서 연금으로 매달 18.3%씩 낼경우 수급자는 얼마를 받게 될까? 사토 이타루 박사는 40년간 셀러리맨으로 일하다 은퇴했다고 가정한다면 후생연금과 기초연금을 합해 한 달에 26만엔(한화 251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다만 사례별로 차이가 있어 이를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일본은 스웨덴과 이탈리아에서 도입한 자동안정화 장치(automatic stabilizer)를 벤치마킹해서 2004년에 인구와 노동시장의 변화를 반영해 자동으로 연금액을 조정하는 거시경제 슬라이드제를 도입했다. 또 약 100년간의 재정균형 기간을 설정해 안정적으로 기금을 관리하고 있다. 사토 박사는 “재정점검을 5년에 한 번씩 하고 있다”며 “정확히 100년이 아니고 95년 후인데, 재정이 그때도 유지될 것으로 데이터가 나온 상태”라고 소개했다.
초고령화와 저출산 상황을 동시에 겪고 있는데 100년 후 상황을 예측할 수 있을까? 레이코 부소장은 “인구 줄어드는 데 반해 일자리는 늘고 있다”며 “고령자, 여성 근로자 등이 일자리로 유입되고 있다. 비정규직에게도 후생연금 적용을 확대하는 등 어떻게든 상황을 극복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