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맥경화'에 중견·중소건설사 연쇄 부도 우려 커져

"미분양 쌓이는데 자잿값·금리 계속 올라 삼중고"
고금리로 끌어쓴 돈 미분양에 폭탄돌리기
시행사 파산 허다해…건설사도 연쇄 부도
정부, PF 대책 내놨을뿐 적극 개입은 없어
건설사, 유동성 고갈위기에 대책 마련 분주
  • 등록 2022-12-02 오전 6:17:32

    수정 2022-12-02 오전 8:26:13

[이데일리 김아름 기자]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마비로 중소건설사들의 지방 미분양 현장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자금조달이 쉽지 않아 사업장과 업체가 모두 존폐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그간 소문으로만 돌던 ‘건설사의 고리 사채 끌어쓰기’가 이번 창원 동원건설산업 부도로 확인됐다.

미분양 속출에 자잿값 급등, 화물연대 파업 등에 따른 자재 수급 불안까지 겹치면서 언제든 부도가 이상하지 않을 ‘폭탄 돌리기’ 수준의 사업장이 급증하고 있다. 지방 시행사의 파산은 허다하고 건설사의 부도도 지방부터 시작해 연쇄적으로 이어질 조짐이다. 이번 동원건설산업의 부도 역시 시행사의 파산에서 시작했다. 문제는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미분양 현장이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돈줄이 말라붙은 지방 중견건설사부터 연쇄 부도가 불가피하다. 건설시장에서의 경착륙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오늘도 허리띠 졸라매고 돈 구하러 다닙니다”

지방 중견 건설사 대표는 1일 “지금은 미분양 상황을 숨기고 있는 사업장이 많다. 현재 정부에서 집계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고 말했다. 건설사가 미분양을 드러내지 않는 이유는 미분양과 관련한 정부의 구제책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는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도 실제 미분양 통계로 잡힌 숫자보다 미분양 지원대책이 나왔을 때 그 수가 배로 늘어났다”며 “그만한 혜택이 있어야 미분양을 노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동원건설산업의 부도 소식에 뒤늦게 지방 중견·중소건설사 부도 상황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효성 있는 미분양 지원 방안을 꺼내 들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총 4만7217가구로 전월보다 13.5%(5613가구) 증가했다. 지방 미분양 주택은 전월 대비 17.2%(5814가구) 늘어난 3만9605가구로 집계됐다. 서울의 미분양 주택은 866가구로 20.4%(147가구) 증가했다.

지방에서는 ‘오늘도 급한 불 끄러 돈 구하러 다닌다’는 건설사 대표의 소문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창원 지역 건설업체 관계자는 “미분양이 쌓이는 와중에 자잿값도 오르고 대출받은 금리도 계속 오르고 삼중고를 겪고 있다”며 “동원건설산업 부도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어서 허리띠 졸라매고 돈 구하러 다니는 수밖에는 없다”고 하소연했다.

사태가 심상치 않자 지자체도 중앙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부산시는 지난달 29일 국토교통부에 공문을 보내 공공주택사업에 민간 기업이 참여할 때 물가 변동 사항(에스컬레이션)을 적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공모 사업에 참여한 민간 기업에 에스컬레이션을 적용해 원자잿값 폭등에 따른 부담을 덜어주자는 내용이다. 이 외에도 분양권 전매 제한을 현행 3년에서 6개월로 단축하고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 항목도 조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주택업계 관계자는 “금리 급등과 PF대출 중단, 공사비 증가 등 건설사와 시행사의 신규 사업은 이미 멈췄다”며 “특히 지방의 중견·중소 건설사와 중소 시행사 등은 더는 버티기 어려워 건설시장의 경착륙은 이미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이데일리DB)


◇정부 대책 실효성 없어…공정위 조사까지 이중고


정부에서 PF 대책을 내놨지만 시장에서 온기를 느끼기까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실제 부동산 PF 대출보증 확대와 규제 완화를 추진한 이후 관련 대출을 진행한 사례는 아직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회사채 발행시장 부진, 기업대출 금리 상승 등 자금시장 경색으로 유동성 고갈 위기에 직면한 건설사는 자체적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내 대형 디벨로퍼 엠디엠(MDM)그룹의 올해 3분기 기준 공정거래법상 제한되는 채무보증 이외 채무보증금액은 전체 계열회사 합계 1326억6800만원으로 전년동기(229억4900만원)에 비해 478% 늘었다. SGC이테크건설은 최대주주인 SGC에너지로부터 800억원을 단기 차입하기로 했다고 1일 공시했다. 지난달 14일 PF 특수목적회사(SPC) ‘파인우노’가 발행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은 GS건설이 대출금 100%에 대해 지급보증을 제공했음에도 대부업체 법정 최고 금리인 연 20.3~21.0%에 거래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 미분양 물량을 정부가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업계에서 매입하는 방안까지 검토해달라는 요구가 있었지만 사업이 건전하게 돌아가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선을 그었다.

오히려 중견건설사들은 최근 벌떼입찰 관련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까지 받으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공식적으로 드러난 미분양 문제가 많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틀어막기 어려운 상황이 됐을 때 대책이 나와도 결국에는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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