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싱가포르는 어떻게 글로벌 시장을 흔드는 헤지펀드들의 주 무대가 됐을까. 헤지펀드는 다양한 자산군을 대상으로 각 펀드들의 전략을 통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펀드인 만큼 정부 차원의 펀드 다양성 보장과 펀드 투자전략에 대한 철저한 감독이 뒷받침된 결과라는 현지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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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스위스로 불리며 국제적인 금융 시장으로 유명한 싱가포르는 글로벌 펀드의 요충지다. 싱가포르통화청(MAS)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싱가포르 기반 자산운용사들의 총 운용규모는 전년 대비 17% 증가한 4조7000억 싱가포르달러, 한화로 약 4628조원에 달한다.
지난달 1일 싱가포르 현지 테르나리 펀드 사무실에서 만난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싱가포르에는 전 세계 유수의 펀드들이 모여 있는데 대부분 아시아에 투자하는 펀드들”이라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펀드뿐 아니라 가치투자 기반의 주주행동주의 펀드들도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가 펀드 요충지가 될 수 있었던 주 요인으로는 2020년 도입된 VCC(가변자본기업·Variable Capital Company) 제도가 꼽힌다. VCC는 투자펀드를 위한 새로운 형태의 법인 구조로 일반 혹은 대체펀드 투자 전략에 활용이 가능하며 단일 구조 혹은 하위 펀드를 포함하는 엄브렐라 펀드 구조 형태로도 설립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법인과 펀드 구조의 조합 형태로 뮤추얼 펀드나 헤지 펀드, 사모 펀드, 부동산 펀드의 다양한 형태가 가능해진 셈이다.
최 대표는 “과거 싱가포르 금융당국 차원에서 자산운용규모는 넘치는데 어째서 펀드 수는 적은가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생겨난 게 VCC 제도”라며 “케이만제도에서 펀드를 설립하는 수준의 유연성을 보장한 법률”이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펀드 통한 선순환 구조 갖춰
행동주의 펀드뿐만 아니라 다양한 펀드들을 통한 선순환적인 금융시장을 갖췄다는 점도 한국과 다르다. 김 회장은 “자본 배분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려면 무엇보다 투자자가 안심하고 투자를 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면서 “한국은 지금까지 산업자본이 사회 헤게모니를 쥐고 있었고 지배구조를 견고히 하고자 자본시장을 이용한 측면이 있었지만 싱가포르 자본시장은 고유한 목적에 따라 투자자를 보호하고 자본 배분을 통해 국부를 증대시킨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짚었다.
이어 “싱가포르는 국부펀드 수익으로 1년 예산의 22%를 충당한다”며 “자본시장이 국부의 원천인 나라이기 때문에 글로벌 펀드들이 모이고 그들과의 교류를 통해 투자정보를 얻는 선순환이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