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각 스님 "종교와 사회복지는 '약자편'이란 점 일맥상통"

'부처님 오신 날' 특별인터뷰
스님 최초로 사회복지학 전공
불교 명언집 '기도로 사는 마음' 출간
"걱정·근심 '욕심'에서 비롯…마음 비워야"
  • 등록 2022-05-06 오전 6:00:00

    수정 2022-05-06 오전 6:00:00

[화성=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종교와 사회복지는 ‘약자 편’에 선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해요. 불교에서 말하는 ‘실천’을 가장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사회복지란 학문이죠. 그저 다른 스님들보다 먼저 학교를 다녔던 것이 항상 내 앞에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됐습니다.”

전남 해남 대흥사에서 출가한 보각(68) 스님은 우리나라 불교 사회복지의 선구자라 불린다. 1974년 스님 최초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고, 중앙승가대학에서 강의하며 1000여 명의 스님을 사회복지사로 배출하는데 기여했다. 2016년 인도에 ‘보광(普光)학교’를 건립하는 등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총 30억원을 기부했다. 현재 중앙승가대 명예교수, 사회복지법인 자제공덕회 이사장과 백련사 주지로 포교·수행에 힘쓰고 있다.

최근 경기도 화성시 자제공덕회에서 만난 보각 스님은 “사회복지는 어려운 게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것”이라며 “가장 어렵고 힘든 사람 편에 서서 그들을 응원하고 돕고자 하는 마음을 실천하면 된다”고 말했다.

백련사 주지인 보각 스님이 경기도 화성시 자제공덕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불교 명언집 출간…“쉽게 불교 이해했으면

보각 스님이 사회복지에 눈을 돌리게 된 건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어떤 상황에서도 어려운 사람에게 베푸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던 어머니의 행동을 본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중학교 예비소집일 날이었는데 어머니는 제가 추울까봐 빨간 내복을 빨아서 입혀주셨죠. 버스를 타고 가는데 웬 거지 아주머니가 올라타는 거예요. 추위에 떠는 아주머니를 보더니 어머니가 제게 내복을 벗어주자고 했어요. 만원 버스 안에서 웃통을 벗고 빨간 내복을 아주머니에게 전해줬는데, 그런 행동들이 제가 사회복지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최근 스님은 불교 명언집 ‘기도로 사는 마음’(조계종출판사)을 펴냈다. ‘보각 스님의 마음공부’란 부제를 단 책은 ‘몸뚱이는 음식을 먹고 살고, 마음은 기도를 먹고 산다’ 등 스님의 명강의·명법문의 정수를 담았다. 왼쪽 페이지엔 명구(名句)가, 오른쪽 페이지엔 간략한 해설이 붙어있다.

“언젠가 택시를 탔는데 기사분이 ‘불교는 왜 그렇게 어렵냐’고 물은 적이 있어요. 누구나 쉽게 부처님의 법을 이해하고 알도록 하는게 숙제라고 생각했죠. 아무리 좋은 진리와 법이 있어도 알아보지 못하면 국자가 국맛을 모르는 것과 같아요. 잠깐이라도 부처님 법규를 보며 마음에 위안을 얻도록 작은 책자에 담았죠.”

백련사 주지인 보각 스님이 경기도 화성시 자제공덕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마음 바로 쓰면 중생이 곧 부처”

스님은 현재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을 ‘차별’이라고 짚었다. 사회가 어쩌다보니 배운자와 배우지 못한자, 남녀노소, 내 나라와 남의 나라 등 편을 가르고 싸우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가지는 걱정과 근심은 ‘욕심’에서 비롯된다며 마음을 비워야 한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의 푸틴도 우크라이나에 살생을 자행하면서도 ‘내 나라’를 위한 것이라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며 “천하의 만물에는 불성이 있고 각자의 인권과 행복을 존중해야 진정한 의미에서 생명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보각 스님은 어려운 시기를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배려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정말 행복하려면 모든 생명이 잘 살아야 한다”며 “모두가 부처님처럼 남을 이해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는 태도로 대하면 결국 자신이 행복에 이르게 된다”고 말했다.

오는 8일은 불기 2566년(2022년) ‘부처님오신날’이다. 보각 스님은 모두가 빨간날, 쉬는날로만 치부하지만 이날만큼은 부처님이 설파했던 ‘일대사인연(一大事因緣·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부처가 인연을 맺어 세상에 나타나서 교화하는 일)’의 의미를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처님께서는 직업, 성별, 나이와 상관없이 중생은 다 뛰어난 존재라고 말씀하셨죠. 필경 부처가 될 존재들인데 그것을 모르고 사니까 스스로 믿게 하고 모두가 부처님처럼 살게 하기 위해 오신거예요. ‘마음을 바로 쓰고 행하면 그대들이 바로 부처’라는 말을 되새기는 것이 ‘부처님 오신 날’의 참 의미입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됐던 대규모 연등 행렬이 3년 만에 재개되는 등 모두가 즐기는 축제의 날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보각 스님은 “부처님오신날 관등을 드는 것은 ‘마음을 비춰본다’는 의미”라며 “곧 부처가 될 중생을 공경하는 마음을 가져서 더불어 함께사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백련사 주지인 보각 스님이 경기도 화성시 자제공덕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보각 스님의 ‘기도로 사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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