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해남 대흥사에서 출가한 보각(68) 스님은 우리나라 불교 사회복지의 선구자라 불린다. 1974년 스님 최초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고, 중앙승가대학에서 강의하며 1000여 명의 스님을 사회복지사로 배출하는데 기여했다. 2016년 인도에 ‘보광(普光)학교’를 건립하는 등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총 30억원을 기부했다. 현재 중앙승가대 명예교수, 사회복지법인 자제공덕회 이사장과 백련사 주지로 포교·수행에 힘쓰고 있다.
최근 경기도 화성시 자제공덕회에서 만난 보각 스님은 “사회복지는 어려운 게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것”이라며 “가장 어렵고 힘든 사람 편에 서서 그들을 응원하고 돕고자 하는 마음을 실천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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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각 스님이 사회복지에 눈을 돌리게 된 건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어떤 상황에서도 어려운 사람에게 베푸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던 어머니의 행동을 본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중학교 예비소집일 날이었는데 어머니는 제가 추울까봐 빨간 내복을 빨아서 입혀주셨죠. 버스를 타고 가는데 웬 거지 아주머니가 올라타는 거예요. 추위에 떠는 아주머니를 보더니 어머니가 제게 내복을 벗어주자고 했어요. 만원 버스 안에서 웃통을 벗고 빨간 내복을 아주머니에게 전해줬는데, 그런 행동들이 제가 사회복지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언젠가 택시를 탔는데 기사분이 ‘불교는 왜 그렇게 어렵냐’고 물은 적이 있어요. 누구나 쉽게 부처님의 법을 이해하고 알도록 하는게 숙제라고 생각했죠. 아무리 좋은 진리와 법이 있어도 알아보지 못하면 국자가 국맛을 모르는 것과 같아요. 잠깐이라도 부처님 법규를 보며 마음에 위안을 얻도록 작은 책자에 담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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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은 현재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을 ‘차별’이라고 짚었다. 사회가 어쩌다보니 배운자와 배우지 못한자, 남녀노소, 내 나라와 남의 나라 등 편을 가르고 싸우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가지는 걱정과 근심은 ‘욕심’에서 비롯된다며 마음을 비워야 한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의 푸틴도 우크라이나에 살생을 자행하면서도 ‘내 나라’를 위한 것이라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며 “천하의 만물에는 불성이 있고 각자의 인권과 행복을 존중해야 진정한 의미에서 생명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오는 8일은 불기 2566년(2022년) ‘부처님오신날’이다. 보각 스님은 모두가 빨간날, 쉬는날로만 치부하지만 이날만큼은 부처님이 설파했던 ‘일대사인연(一大事因緣·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부처가 인연을 맺어 세상에 나타나서 교화하는 일)’의 의미를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처님께서는 직업, 성별, 나이와 상관없이 중생은 다 뛰어난 존재라고 말씀하셨죠. 필경 부처가 될 존재들인데 그것을 모르고 사니까 스스로 믿게 하고 모두가 부처님처럼 살게 하기 위해 오신거예요. ‘마음을 바로 쓰고 행하면 그대들이 바로 부처’라는 말을 되새기는 것이 ‘부처님 오신 날’의 참 의미입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됐던 대규모 연등 행렬이 3년 만에 재개되는 등 모두가 즐기는 축제의 날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보각 스님은 “부처님오신날 관등을 드는 것은 ‘마음을 비춰본다’는 의미”라며 “곧 부처가 될 중생을 공경하는 마음을 가져서 더불어 함께사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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