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효서 "슴슴한 차 한잔 같은…문학의 담백한 맛 즐기세요"

'옆에 앉아서 좀 울어도 돼요?'로 4년만 복귀
평창 산골서 먹고, 울고, 치유받는 과정 그려
땅·정치·이념 등 현대 도시 사람들 과몰입돼 있어
소설 읽으며 힐링도 하고 돌아보는 시간 되길
  • 등록 2021-06-02 오전 5:59:30

    수정 2021-06-02 오전 5:59:30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기성 문학이 추구해온 유식한 수사력이나 깊이, 사색, 다 내려놨어요. 이번 소설은 슴슴한 차 한잔처럼 담백하게 독자들이 즐기면 그걸로 됐어요.”

국내 유수 문학상을 휩쓸며 한국 문단 대표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구효서(63) 작가가 4년 만에 장편소설 ‘옆에 앉아서 좀 울어도 돼요?’(해냄)로 돌아왔다. 작품은 제목부터 구 작가가 지금껏 써왔던 작품들과 달리 따뜻한 위로를 잔뜩 품고 있다. 순해 보일 것 같다는 이유로 제목도 일부러 ‘요’자로 끝맺음했다. 부제가 ‘파드득나물밥과 도라지꽃’인 이번 책은 강원도 평창 산골의 펜션 ‘애비로드’에서 저마다 다른 사연을 가진 인물들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고, 각자의 상처를 꺼내보이며 서로 치유받는 과정을 그린다.

4년 만에 장편소설 ‘옆에 앉아서 좀 울어도 돼요?’로 돌아온 구효서 작가가 최근 서울 중구 통일로 KG타워 이데일리에서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최근 서울 중구 통일로 KG타워 이데일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구 작가는 소설만큼 푸근한 미소를 얼굴에 잔뜩 품고 신작에 대해 “나이 들어서 갑자기 나긋나긋한 소설을 쓰니 오글거린다”면서도 “한번 읽어보면 나름대로 다른 맛이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번 인터뷰에서 “문학의 담백한 맛을 아는 나이가 된 것 같다”며 웃는 작가의 모습에서는 원로 작가의 여유가 한껏 묻어나기도 했다.

1987년 단편 ‘마디’로 등단한 후 큰 공백없이 꾸준히, 다양한 작품을 실험해 온 구 작가에게도 이번 소설은 특히 새로운 실험이자 도전이었다. 소설이 작가 스스로가 몸담고 있기도 한 일명 ‘주류 문학’이 탐구하는 문학의 범주에서 완전히 벗어났기 때문이다. 그는 “이전에는 소설가라면 끊임없이 인간의 감정, 감각에 대해서 하나하나 분석하고 회의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슬픈 영화를 보면서도 눈물이 나면 감정에 기만당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울음을 참곤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환갑이 지날 즈음 시선이 달라졌다. 세상을 너무 날카롭게 바라보는데 경도된 나머지 인간이 일상적으로 나누는 이해와 사랑, 위로 등의 감정에 대해 너무 간과하진 않았는지 스스로 반성을 하게 된 것이다. 이번 소설에서는 묘사력도, 사색도 없애고 간단한 문장과 대화로 가득 채웠다. 소설 속 인물들도 감정을 직관적으로 표현한다. 그는 “옛날 같았으면 ‘맛있다’는 표현도 촌스럽다고 생각해서 소설 속에서 직접적으로 안 썼을 것”이라며 “이번 소설에서는 맛있는 건 ‘맛있다’고 슬픈 건 ‘슬프다’고, 그것도 여러번 강조해서 썼다”고 말했다.

4년 만에 장편소설 ‘옆에 앉아서 좀 울어도 돼요?’로 돌아온 구효서 작가가 최근 서울 중구 통일로 KG타워 이데일리에서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소설에서는 지금껏 보지 못했던 구 작가의 경쾌한 문체와 강원도 시골의 평화로운 풍광이 펼쳐진다. 소설 속 인물들도 편견, 욕심, 이기심같은 도시에서 흔히 목격하는 욕망들을 없앤 순박한 사람들로 그렸다. 구 작가는 “현대 도시 사람들은 땅, 아파트, 정치, 이념, 성향, 종교 등 모든 것에 과몰입돼 있다”며 “이런 몰입에서 눈을 돌리고 그저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태평하게 얘기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들의 모습을 통해 소소한 힐링도 하고, 지금껏 도시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았는지 거울처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소설을 쓰는데 어린시절 강원도에서 자랐던 기억이 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어릴 적 누나들과 들판에 나가 나물을 캐곤 했다는 구 작가는 대뜸 “쑥부쟁이가 어떤 꽃인지 아느냐”고 물으며 “나만큼 꽃과 햇빛이 주는 감흥에 대해 잘 아는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은근히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작가가 지금껏 써오던 순수문학을 그만 쓰는 것은 아니다. 이번 책을 집필하며 그는 인간의 오감에 대해 깊게 탐구한 단편 소설집도 동시에 썼다. 시각, 촉각, 청각, 미각, 후각이 과연 인간이란 생명체에 주어진 원초적인 기능인지, 혹은 문화적 환경 속에서 학습되고 길들여진 것인지를 다룬 소설이다. 그는 “단편집도 곧 나온다”며 “한 작가가 같은 시기에 쓴 전혀 다른 책을 비교하며 읽는 재미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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