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新) 외감법’을 계기로 회계법인의 인력 유출 감소는 물론 외부에서 다시 복귀하는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잇단 회계 이슈로 공인회계사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처우가 개선되면서 조직 충성도가 높아져서다. 다만 빅4로 분류되는 대형회계법인에 비해 중소회계법인의 인력 수급은 상대적으로 어려워 양극화 현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건 나아지니…회계법인 나갈 필요 줄어”
대형 회계법인들은 해마다 200~300명 가량의 신입 회계사를 뽑지만 그와 맞먹는 수준의 회계사들이 빠져나갔다. 교육 과정을 마친 회계사들이 대거 회사를 떠났기 때문이다.
앞으로 감사 업무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회계법인들은 ‘인력 단속’을 1차 목표로 설정했다. 회계사들의 연봉을 두자릿수 이상 올렸고 각종 수당을 늘리면서 임금 수준이 높아졌다. 분식 사건을 겪으며 회계 전문성이 강조되다보니 감사 업무 자체의 위상도 올라갔다는 평가다.
회계법인들의 노력에 힘입어 회계사 퇴사율은 낮아지고 있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정회계법인과 안진회계법인의 2018 사업연도(2018년 4~2019년 3월) 공인회계사 감소율(전체 인원대비 감소 인원)은 각각 17.6%, 19.0%로 전기대비 3.5%포인트, 7.1%포인트씩 낮아졌다. 아직 사업보고서를 내지 않은 삼일회계법인도 2017 사업연도 공인회계사 감소율은 14.6%로 전기보다 1%포인트 가량 낮아졌다. 2018 사업연도 1분기(2018년 4~6월) 감소율은 2.8%에 그쳤다. 연간으로 단순 환산해도 10%가 조금 넘는 수준이다.
감사 시즌마다 반복되는 강한 업무 강도를 피해 더 높은 연봉이나 안정된 직업을 찾아 떠났던 회계사들의 복귀도 점차 늘고 있다. 신용평가업계의 경우 업무 특성상 회계사 비중이 큰데 최근 들어 업체별 두세명씩 회계법인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회계사 출신인 한 신평사 연구원은 “연봉이 크게 올라간데다 주 52시간 등으로 업무 여건이 확실히 개선됐다는 평가에 회계법인으로의 복귀에 관심 갖는 직원들이 좀 있다”며 “기업 가치평가를 담당하는 부서는 회계법인과 업무 연속성도 맞닿아 이직이 좀 더 쉬운 편”이라고 설명했다.
중소는 수급 문제…복귀 현실적인 한계도
인재 확보에 나서는 대형회계법인과 달리 중소회계법인들은 여전히 인력 유출을 겪고 있다. 매출액 상위 10대 회계법인 중 빅4를 제외한 6곳의 2018 사업연도 감소율은 13.5%로 전기대비 2.8%포인트 상승했다. 신입 회계사 채용이 많지 않아 유출 비중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지만 대형 회계법인 위주 인력확보 경쟁이 커지면서 퇴사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중형회계법인 관계자는 “지난해 주니어급 회계사 중심으로 대형회계법인 이직이 많았다”며 “연봉을 빅4 수준으로 올린다고는 하지만 복지 등 근무 여건 등을 비교하면 경쟁력이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경력직의 복귀도 현실적으로 제약이 따른다. 감사 부문의 경우 현직에서 오래 떠나있었다면 회계기준 변경 같은 최신 흐름을 따라잡기가 힘들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대형 회계법인의 파트너 회계사는 “경력 채용은 수시로 이뤄지고 있고 수도 증가하는 추세”라면서도 “감사 부문보다는 연관성이 높은 자문쪽 비중이 아무래도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다른 곳에서도 회계 전문성이 높은 대우를 받는 만큼 굳이 이직 리스크를 감수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대형증권사에서 IB업무를 맡고 있는 한 과장급 회계사는 “성과에 따라 큰 돈을 받을 수 있는 현재 IB 분야를 버리고 굳이 회계법인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다”며 “연봉이 높아졌다고 해도 법적 책임이 함께 부과되기 때문에 부담이 여전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