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여 만에 보유종목 가운데 두 곳의 기업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손실이 커졌다는 한 펀드매니저의 하소연이다. 소위 ‘악재성’ 유증에 따른 주가 급락 사례가 잇따르고 있지만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급락에 따른 손실은 고스란히 투자자의 몫이라는 불만이 나온다.
유증은 사업이 호조세를 보이는 가운데 생산능력을 확대하거나 유망한 신사업에 진출해 일시적으로 자금이 필요한 경우라면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다. 하지만 최근 잇따르고 있는 유증은 대부분 실적 악화 등으로 재무구조 나빠진 상태에서 고육지책으로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는 경우이기 때문에 악재로 인식되며 주가 급락을 불러오고 있다.
특히 증자 규모가 클 경우 신주 발행 부담이 적지 않아 주당 가치가 희석된다는 인식이 커진다. 신주를 시세보다 저렴하게 받아도 주가 하락으로 인한 손해가 더욱 커지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무엇보다 경영 실패의 책임을 고스란히 주주들이 떠안게 한다는 불만이 높다.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의 한 전업투자자는 “시가총액의 절반이 넘는 금액을 조달하면서도 특정 기관의 자금 유치없이 전적으로 주주들에게만 의존한다는 것은 경영진의 능력 부족을 나타내는 것이고 그 자체로 주가에 악재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유증은 상장사의 권리지만 과도할 경우 주주에 지나친 부담을 줘 방만경영의 피해가 주주에게 돌아오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렇다 할 제재할 장치는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주를 대상으로 신주를 발행하면 원칙적으로는 지분율 변동이 없기 때문에 유증 횟수나 규모에 제한은 없다”며 “시장이나 투자자가 알아서 판단할 영역에 속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투자자들로서는 당장 주가에 충격을 주는 유증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 훨씬 크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생산능력 확대 등을 위한 호재성 유증은 대체로 3자 배정으로 해 기관 투자자들에게 기회를 주고, 단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악재성 유증은 주주들 힘을 빌어 하다 보니 투자자들의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