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리스도 빚'..저소득자 고가車 리스 막는다

17일부터 캐피털사 규제 강화
리스비용도 이용자 대출로 반영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에 포함
DSR 3년내 105→90%로 축소
업계 '수입차 영업 위축' 울상
  • 등록 2019-06-11 오전 5:55:00

    수정 2019-06-11 오전 5:55:00

[그래픽=김다은 기자]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소득 증빙 없이도 벤츠, BMW 등 수입차를 빌려드립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자동차 리스 홍보 문구다. 이달 중순부터 소득이 적은 개인이 이처럼 고가의 수입차를 금융회사로부터 빌려 탈 수 없게 된다. 금융당국이 2금융권 회사에 강화한 대출 규제를 새로 적용하면서 리스도 규제 대상에 포함하기로 해서다. 하지만 자동차 리스를 주로 취급하는 캐피탈사는 영업이 어려워졌다며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이달 17일부터 車리스도 DSR 규제 적용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캐피탈 등 2금융권 회사는 오는 17일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가계 부채 관리 지표로 도입하며 리스료도 이용자의 대출금으로 반영해야 한다. DSR은 대출자의 소득에서 모든 대출의 원금과 이자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연 소득 3000만원인 사람이 1·2금융권(대부업체 포함) 대출을 받아 매년 2100만원을 갚는다면 DSR은 70%다.

리스는 금융회사 등으로부터 자동차나 기계 설비 등 물건을 빌려 쓰는 계약이다. 금융당국이 이런 리스료를 DSR 계산 때 대출금에 포함키로 한 것은 리스도 사실상 금융사에 원금과 이자를 갚는 대출 상품이라고 봐서다.

예컨대 개인이 신차 가격이 5000만원인 수입차를 3년간 빌려 쓰다 리스회사에 반납하기로 계약할 경우 통상 찻값의 40%를 뺀 3000만원(선납금은 없다고 가정)에 일정 이율을 곱한 금액을 리스사에 36개월간 나눠 내야 한다. 이는 개인 가계의 입장에선 금융사에 갚아야 할 빚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업계가 반발하는 이유는 ‘운용 리스’까지 이번 규제 대상에 들어가서다. 리스는 계약 형태에 따라 금융 리스와 운용 리스로 구분된다. 금융 리스는 리스 기간이 끝나면 리스 이용자가 빌린 물건을 사들이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사실상 금융회사로부터 대출을 받아 상품을 구매하는 것과 같다.

반면 운용 리스는 이용자가 리스 기간이 끝나면 리스한 물건을 리스사에 다시 돌려주는 계약 형태가 일반적이다. 자동차 리스를 취급하는 캐피탈 업계는 운용 리스의 경우 대출이 아니라, 말 그대로 리스사가 보유한 물건을 빌려주고 이용료를 받은 것인 만큼 금융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지적한다.

“수입차 리스 영업 어려워”…업계는 반발

앞으로 운용 리스를 포함한 모든 리스 상품 취급 때 DSR 규제를 도입하면 고가의 수입차 리스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취급되는 리스의 70%가량은 자동차 리스다. 지난해 자동차 리스 실행액(신규 리스한 차량 가격)은 10조2000억원으로 운용 리스가 전체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작년 자동차 리스 이용자 20만9000명 중 DSR 규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개인도 5만명에 육박한다.

금융당국은 리스를 취급하는 캐피탈사의 평균 DSR 비율을 올해 1분기(1~3월) 현재 105.7%에서 오는 2021년 말까지 90% 이내로 10%포인트 넘게 끌어내릴 계획이다. 각 캐피탈사는 DSR 비율이 70%를 넘는 고(高)위험 대출 비중도 45% 아래로 유지해야 한다.

한 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DSR 비율이 200%인 사람까지 자동차 리스를 취급하고 있다”며 “수입차의 경우 찻값이 비싸기 때문에 당국이 제시한 규제 기준을 맞추려면 영업이 대폭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예를 들어 연봉이 8000만원이고 금융회사에 매년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 원리금으로 3200만원을 갚는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가 자동차 리스를 신청해 리스료로 월 200만원(연 2400만원)을 부담한다면 DSR 비율은 단숨에 70%로 올라간다. 이보다 소득이 적다면 수입차 등 고가의 차량을 리스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리라는 것이다.

업계는 협회를 중심으로 운용 리스를 DSR 규제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고 금융당국에 계속 요구할 방침이다. 그러나 금융당국 관계자는 “올해부터 운용 리스도 리스 이용자의 자산과 부채로 반영하는 등 회계 처리 때 금융 리스와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며 “계약 기간 중 매달 리스료를 내고 중도 해지 때 리스사에 거액의 중도 상환 수수료를 내야 하는 등 운용 리스도 실질적으로 대출과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형 렌트카 업체나 매달 적은 리스료를 내다가 계약 종료 때 거액의 차량 원금을 한꺼번에 내는 구조인 ‘유예 리스’ 등이 반사 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회사가 아닌 렌터카 회사의 장기 자동차 렌트 상품은 금융 규제를 적용하지 않고, 같은 리스 상품이라도 매달 내는 리스료를 낮추면 대출금이 적게 잡힐 수 있어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개인의 지출 중 어디까지를 금융 부채를 갚기 위한 지출로 볼 수 있는지 모호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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